"1년만 버티면 떼돈"…사재기 나선 석유시장 큰손들
2백만배럴 1년 저장시 1600만달러 벌어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2009년 영국 해안가에는 기름을 가득 채운 유조선들이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기름을 하역하려는 게 아니라 하나같이 그냥 바다 위에 떠있는 배였다. 원유 트레이더와 투자은행들이 금융위기에 헐값이 된 원유를 대거 사들인 뒤 유조선에 가득 실어놓고 유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유조선이 일종의 바다 위 창고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현물이나 선물 중에서도 근원물값이 뚝 떨어지는 콘탱고가 지속하면서 바다 위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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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반기까지 하루 200만배럴 가량 원유가 초과 공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공급과잉 우려는 현물이나 만기가 가까운 선물 값에 즉각 반영되면서 현물이나 근원물값 하락폭이 커졌고 만기가 멀수록 가격이 오르는 콘탱고가 확대됐다. 즉, 현물이 선물값보다 큰 폭으로 저평가되며 무위험거래 조건이 만들어진 것.
실제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2개월 뒤인 내년 2월물보다 배럴당 12달러 싸고,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달러 가량 저렴하다. 투자자로서는 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선물을 매도해 위험을 헤지(회피)하면 앉아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유조선 용선료, 보험이나 금융비용을 제하더라도 배럴당 8달러 정도는 남는 장사란 게 업계 추산이다. 가령 유조선을 빌려 2000만배럴을 1년간 저장해두면 1600만달러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덕에 지상 저장시설 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1년간 석유를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수요도 늘고 있다. 장기계약으로 하루 용선료 4만달러 이하인 유조선을 구하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다만 2009년과 비교하면 사재기에 나서는 큰손들이 줄었다. 당시 해상에 비축된 석유가 1억배럴이었다면 지금은 2000만배럴 수준이다. 미국 규제 당국이 투자은행의 원자재 거래를 옥죄면서 정유업계 큰 손들이 돈 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런 식의 재기가 수급을 왜곡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당장 시장 수요보다 많은 원유를 사들이면서 유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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