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한국평가 '못믿을 잣대'

이세경 2009. 11.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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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패지수 세계 180개국 중 39위, 회계신인도 57개국 중 39위, 회계기준 133개국 중 58위.'

국제평가기구서 보는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나 부패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란 말이 무색할 정도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한국은 과연 부패한 국가인가. 국민이 느끼는 투명성 정도와 외국기관의 조사결과 간에 온도 차가 큰 것은 왜일까.

국제평가기구의 한국 평가 결과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평가 및 조사방식과 응답자 선정, 자료 취합 등 평가 전반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재계와 회계 업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지난 17일 국제투명성기구(TI) 한국본부는 '2009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을 얻어 180개국 가운데 39위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9.2점), 홍콩(8.2점), 일본(7.7점), 대만(5.6점)보다 못미치는 수준이다.

부패지수뿐만이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2009년 한국의 회계신인도는 57개국 중 39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회계기준과 검사강도'는 133개국 중 지난해 36위에서 올해 58위로 추락했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 대만보다도 낮아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경제 규모가 세계 15위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낮다. OECD 국가란 점이 무색할 정도다.

국내 산업계와 회계업계 등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부패 정도가 결과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

그들은 평가 방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부패지수와 회계신인도 등 국제평가기구의 평가 방식은 뇌물수수 혐의 정도, 분식회계 정도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 TI가 제공한 2009년 CPI 설문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질문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거주하는 국가에 뇌물과 부패가 존재한다는데 동의하는가'에 대한 동의 정도를 숫자 1∼6 범위 안에서 답하는 방식이다. 대상은 각국 은행 전문가, 국내외 기업의 최고 또는 중간 경영자, 애널리스트 등에 국한된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응답자 수도 매우 적어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의 한 임원은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기 때문에 결과 범위가 협소할 수 있으며 응답자들의 직업적 특성이나 당시 상황, 관점 차이에 따라 국가의 부패 정도가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층에 따라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설문지가 영어로 돼있어 대충 응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응답을 바탕으로 결정된 국가의 순위에 따라 국가신인도가 결정되고 가산금리가 정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활동하는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국내 한 공인회계사는 "회계신인도 등급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돈을 빌릴 때 드는 이자율의 차이가 엄청나다"면서 "아시아 시장에 투자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경우에도 국가 회계신인도와 부패 정도에 따라 투자국을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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