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 그 기업의 수상한 자사주매입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삼진제약, 한 달새 150억 시총 10% 규모.. 세력의 '엑시트' 요구?]

두통·치통약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수상하다.

한 달 새 무려 세 번에 걸쳐 자사주를 대거 매입키로 하고 우리사주조합에도 통 크게 자사주를 무상 출연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내리막이다. 증권업계는 공동 창업주인 1, 2대 주주 간 지분 경쟁 및 제3의 특정세력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일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시가총액 10%규모 통 큰 자사주매입, 주가는 왜?





↑삼진제약 최승주 회장(왼쪽)과 조의환 회장

=삼진제약은 지난 11월 6일 자사주 67만여주(약 83억원)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키로 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 88만여주의 대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 당일 삼진제약 주가는 7.66%나 하락했다.

회사 측은 당시 단지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의 삼진제약 지분율은 이에 따라 4.90%로 늘어났다. 삼진제약은 70년대에 주5일제를 시행하고 8시에 출근해 5시 퇴근하는 등 직원복지에 애정을 쏟아온 회사다.

하지만 삼진제약은 우리사주 무상출연에 이어 같은 달 9일과 15일 두 번에 걸쳐 대우증권과 각각 50억원의 자사주취득 신탁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달에도 지난 5일에 50억원규모의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시가총액이 1500억원이 채 안 되는 기업이 불과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의 10%인 15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자사주매입은 증권시장에서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형 호재로 통하지만 삼진제약은 주가는 오히려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 11월 첫 자사주매입 공시이후 삼진제약 주가는 1만2000원에서 1만500원으로 12.5% 하락했다. 세 번째 자사주매입 공시 후인 지난 7일 하루엔 8.7%나 떨어졌다.

삼진제약은 대우증권을 통해 사기로 한 자사주 물량 중 이미 78만8000주를 취득했다. 아직 약 60만주를 더 사기로 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급락을 납득하기 어렵다.

◇대주주간 지분경쟁 vs 세력의 매물소화

=유례없는 우리사주조합 무상출연을 놓고 1~2대주주간 지분경쟁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68년 설립된 삼진제약은 김영배 전 회장과 조의환 회장, 최승주 회장이 공동경영을 하다, 2001년 김 전 회장이 당시 삼진제약 자회사였던 일진제약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조 회장과 최 회장이 무게중심을 유지해왔다.

전문경영인인 이성우 사장을 포함해 3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12년째 동반경영을 해왔으나,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2대주주 최 회장의 지분율 차이가 적기 때문에 2004년 두 회장이 일정 시차를 두고 지분을 매입하자 지분경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도 조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자 최 회장과 이 사장이 9~10월까지 나란히 지분을 사들여 두 사람의 지분 합계가 최 회장의 지분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 달 조 회장이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12.75%까지 높인 가운데 최 회장의 지분율은 9.69%다. 이 사장의 지분율은 2.06%다.

하지만 두 회장 모두 각자대표를 맡아 경영 일선에 있기 때문에 지분경쟁이 벌어진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우리사주조합 무상 출연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제3의 세력의 지분매수 때문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삼진제약이 자사주매입 결정을 밝힌 후 11월 13~19일까지 5거래일간 매일 12만여주의 물량이 약속이나 한 듯 기관을 통해 순매수됐다. 자사주매입기관인 대우증권이 특정인의 물량을 암묵적 동의하에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전체 거래량의 절반에 달한 18만주의 순매도 물량이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쏟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2대주주의 지분율 변화 없이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사주매입 공시 이후 특정창구에서 대규모 물량이 몰아서 나왔고 대우증권이 이를 받아줬다"며 "장기간 복수의 계좌로 나눠 지분을 매입한 세력이 주가 안정을 이유로 되사달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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