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홀로 폭락.."트리플 펀치 맞았다"

양미영 2008. 7. 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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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미영기자] 2일 코스피 지수가 돌연 급락세로 돌변하며 1620선까지 추락했다. 이날 하루동안만 40포인트 이상이 빠져 지난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미 5일째 조정이 이어지면서 약세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별안간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투매양상이 빚어지자 시장도 당황하고 있다.특히 미국 증시가 혼조세에 머물고, 아시아 증시도 낙폭이 일정부분 제한된 상태에서 뚜렷한 악재 없이, 한국 증시만 홀로 폭락하면서 급락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폭락, 3가지 악재가 방아쇠 당겼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머징 마켓에서 상대적으로 용케 버텨왔던 코스피도 결국 누적된 리스크 확대를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기관의 로스컷 물량이 겹쳤고, 정부의 유동성 규제 발언이 더해지면서 폭락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1. 증시 하향 평준화에 동참

일단 이날 코스피 폭락의 경우 `결국 올 것이 왔다`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설득력을 얻는다. 그동안 조정이 이어지긴 했지만 코스피의 경우 3월 저점 수준이 넉넉히 지켜졌고, 연초 수익률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미국 다우지수는 2년만의 최저치까지 추락한 상황이고, 여타 신흥국가들의 증시 급락세가 이어진 것에 비하면 선방이었다.

그러나 코스피도 갈수록 세를 키우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둔화 리스크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종의 하향평준화에 동참한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더 빠졌던 증시들의 경우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그동안 버팀목으로 지목되어온 2분기 실적 기대 역시 글로벌 거시 경제 악화로 이익모멘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팀장은 "특별한 악재가 있다기보다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버텨온 코스피 역시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부진한 쪽으로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도 "최근 인플레 영향으로 펀더멘털이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지며 지지선이 하향이탈하자 결국 못 견디고 투매에 나선 것"이라며 "오는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의 여파와 2분기 실적 하향 조정 우려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 누적된 악재에 기관 항복

특히 장중 낙폭이 것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기관의 로스컷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증시 조정폭이 제한된 것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 역할이 컸는데 일부 기관에서 지지선 하향 이탈에 따른 기계적인 매물이 쏟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날도 기관은 4320억원 순매수로 8거래일 연속 사자행진을 지속했지만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6000억원 이상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도 우위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중국관련주나 주도주들의 낙폭이 상당히 큰데 기계적으로 털고 가는 손절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성격이라면 2~3일 정도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팀장도 "지난달 말까지 시장을 방어해주던 기관의 윈도드레싱이 종료, 수급 공백이 발생했다"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만한 주체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증시가 여타 아시아 증시보다 낙폭이 큰 것도 이러한 수급공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3. 유동성 규제 우려

증시 폭락세가 빚어지기에 앞서 정부가 유동성 규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실제로 정부 발언을 전후로 코스피도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통화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민간 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를 건전성 차원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대출이 건전하게 늘어나는 것인지, 금융기관의 외형자산 경쟁 등으로 인해 늘어나는 것인지 면밀히 살피고, 대기업의 과도한 인수합병(M&A) 관련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그나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국내 수급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며 증시 전반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1600선 지지되는 게 맞지만 "장담 못해"

장마감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코스피가 1620선에서 지지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로서는 1600선이 지켜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밸류에이션과 기술적 측면에서 반등이 가능하지만 당장은 확실한 지지선 구축은 물론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김주형 팀장은 "밸류에이션 상이나 기술적으로 반등 권역대인 1600선에서의 저점 전망은 유효하다"며 "외국인과 달리 국내 내부 수급은 깨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월 저점 수준에서 자금이 유입된 경험을 고려할 때 1600선에서는 국내 수급을 통한 지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반면, 강현철 팀장은 "중국관련주나 주도주 낙폭이 상당히 큰데 기계적으로 털고 가는 손절 물량이라면 2~3일 정도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1700선 밑에서는 여전히 매수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로스컷 자체가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며, 일정부분 추가하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도 "종목별로는 성장 기대감으로 상승한 종목들이 먼저 빠졌고, 모멘텀을 갖춘 종목들마저 동참하면서 하락폭이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섣불리 바닥을 논하기 보다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최대한 슬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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