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vs親朴, 이번엔 갈라서나

2008. 1. 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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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한나라당 내홍이 심상찮다. 오는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시발점이다.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 회동 이후 일단락되는 듯 했던 갈등이 불과 1주일 만에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 험악해졌다. '분당' '탈당'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특히 박 전 대표측이 그렇다. "이참에 갈라서자" "볼 짱 다 봤다" 등 격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당선인측도 다르지 않다. "당에서 할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친이 진영 의원들은 '원칙론'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번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까지 가세, 상황이 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총선이 '차기 권력'까지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2인자'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권력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박(親朴)이 움직인다

= 지난 29일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형이 확정된 '부패전력자'에 대해 공천신청 자격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은 되살아났다.

공심위 결정대로 공천을 진행할 경우 '친박'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공천 신청조차 못하게 된다. 김 최고위원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박 전 대표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한 상황.

김 최고위원은 "토사구팽 당했다" "다분히 의도가 있다" "정치보복" 등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탈당까지 시사했다. 박 전 대표 진영 의원들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날 본회의 직후 35명의 의원들이 모여 "(김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김 최고위원을 필두로 친박 의원들이 '엑소더스'을 감행할 경우 한나라당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 박 전 대표도 공심위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며 제 식구를 감쌌다. 그는 "(당규) 적용 기준조차 모호하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특정 계파) 입맛에 맞춰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비판을 가했다.

◇친이(親李) 강온 전략을 쓴다

= 이 당선인측은 일단 공천 갈등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이 당선인측 인사는 "공천은 당에서 공정하게 하면 된다는 게 당선인의 뜻"이라고 했다. 다른 측근들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신 당내 친이 성향 의원들이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공심위 소속 의원들은 강경론으로 압박하는 반면 중진들은 온건한 중재 노력을 하고 있어 눈에 띈다. 강경파의 대표주자는 공심위 위원인 이방호 사무총장. 그는 "공심위에서 결정했다. 다시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김 최고위원 얘기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며 "당 분열이 가속화해선 안되고 봉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당규 적용을 주장해왔던안상수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재고 여지를 열어놨다.

◇姜의 보이콧…2인자 싸움

= 이번 갈등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강 대표가 직접 갈등의 복판에 섰다는 것. 그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2006년 7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 있는 일. 당분간 당무도 보지 않기 로 했다. 전날 공심위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표면상으론 '친박'과 '친이'간 격돌을 막기 위한 또한번의 '배수진'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이 당선인측에 대한 의구심과 불쾌감이 적잖게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공정 공천 원칙을 합의했음에도 공심위가 굳이 당헌 당규를 토대로 한 원칙론을 외부에 밝힌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

일각에선 이번 공천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2인자'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앞서 있지만 최고위원으로 입성한 정몽준 의원이나 강 대표, 친이 진영의 좌장 이재오 의원 등도 잠재적 2인자 그룹. 이번 공천에서 밀리면 총선뿐 아니라 당권과 차기 대권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갈등과 싸움이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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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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