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반년새 반토막.. ELS 원금손실 공포

안준용 기자 2016. 1. 21. 03: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제 7년만에 장중 8000선 붕괴 7000선 이하로 내려가면 ELS상품 원금 손실 8조원 예상 작년 증시 활황때 '쏠림 현상', 급락장에선 '毒杯'나 다름 없어 증권사 "저점이 투자 적기" 주장

20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8000선까지 붕괴되면서 이른바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가 대거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최고점(14962.74)에 비하면 지수가 거의 반 토막 나면서 300건이 훌쩍 넘는 ELS 상품들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유안타증권은 "H지수 7500~8000선에서 2조3600억원, 7000~7500선에서 4조6400억원, 6500~7000까지 내려갈 경우 8조2700억원이 원금 손실 구간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발행 후 3년째인 만기 시점에도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지수 하락 폭만큼 원금 손실을 입는다.

◇ELS 전성기 이끈 H지수의 쏠림 현상

작년 상반기 ELS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H지수 ELS였다. 각 증권사가 매달 발행하는 ELS 상품의 70~80%가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았다. H지수처럼 변동성이 큰 지수가 ELS 상품에 편입될수록 손실 위험은 높아지지만 증권사들이 보장하는 ELS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작년 1~8월 H지수 ELS의 발행 총액만 약 44조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H지수 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꾸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나친 '쏠림 현상'이었다. 증권사들은 H지수를 기초로 구조만 조금씩 바꿔 매주 수십 종의 ELS를 찍어냈다. ELS가 판매 수수료에 기초한 상품인 만큼 판매에만 열중했지 잠재적 위험 요소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H지수 ELS 발행 잔액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에서 작년 6월부터 중국 증시 급락세가 이어졌다. H지수 ELS의 상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새해 개장과 동시에 또다시 중국 증시 쇼크로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 금액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급락장에서 H지수의 변동성이 실은 '독배(毒杯)'나 다름없었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H지수 ELS 발행 축소를 강조하고 나섰다. 2017년 발행 잔액을 25조원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H지수 ELS 발행액은 지난해 10월 2881억원으로 낮아졌고, 11월과 12월에도 각각 5368억원, 402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발행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체 ELS 발행액에서 H지수 ELS의 비중이 61%에 달했다.

◇"저점이 곧 투자 적기" 증권사 vs 불안하기만 한 투자자

지난해 발행된 ELS 가운데 상당수는 H지수 1만2000선에 몰려 있다. 원금 손실 조건 평균(가입 시점 지수의 50~60%선)이 H지수 6000~7000대다. 즉 ELS 만기 시점에 H지수가 6000~7000선을 밑돌면 지수 하락률만큼 마이너스 수익률이 확정돼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H지수 ELS가 위태해지자 조기 상환에 실패한 뒤 최고 7%에 달하는 수수료를 물고 중도 상환하는 '손절매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 H지수가 앞으로 추가 하락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관측에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H지수 ELS 쏠림 현상의 폐해가 지금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불안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증권사와 은행들은 H지수 ELS를 추천하면서 관련 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일각에선 "ELS는 기초 자산의 가격이 낮을 때 투자할수록 유리한 만큼 H지수가 충분히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괜찮은 투자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