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개미 등치는 수퍼개미 주의보

조선비즈

작년 12월 18일 오전 10시 8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팀스의 주가가 갑자기 요동을 쳤다. 팀스에 대해 경영 참여를 선언했던 '수퍼개미' 김모씨가 이날 오전 10시쯤 주식 일부를 팔았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김씨와 특별관계자로 묶여 있던 일부 주주가 의결권 위임을 철회한다고 밝히자 순식간에 팀스의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정확히 4시간 뒤인 오후 2시 8분. 김씨가 특별관계자 9명을 새로 추가했고 본인도 일부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러자 팀스의 주가가 반등하더니 상승 마감했다. 팀스의 소액 주주들은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주식시장 흔드는 수퍼개미

수퍼개미는 중소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큰손 개인 투자자'를 말한다. 보통 수퍼개미가 특정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M&A(인수·합병) 기대감이 생긴다. 이 때문에 수퍼개미가 등장하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런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수퍼개미 등장과 행동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2000년대 초중반 증권방송에서 주식전문가로 유명세를 탔던 문모씨는 최근 휴대전화 부품업체 하이쎌을 9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는 경영권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500원대에 머물던 하이쎌의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공시 전날(1월 11일)부터 크게 오르며 3900원대를 유지하다가 등락을 거듭해 현재 290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기업 출신인 이모씨는 휴대전화 부품업체 KJ프리텍의 최대주주인데, 최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그의 경영 참여 소식에 2600원대하던 KJ프리텍의 주가는 30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2300원대를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세차익만 노렸던 요즘 수퍼개미들이 경영 참가, 적대적 M&A 등을 적극적으로 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명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달려들면 곤란

갑자기 등장해 주가를 올려놓은 수퍼개미들은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웍스글로벌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는 원조 수퍼개미로 불린 경모씨가 대표이사였다. 과거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며 수십억원의 차익을 올린 그의 경력에 소액 투자자들이 몰렸다. 작년 6월 대표이사에 오르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몇 달 후 법원으로부터 사기혐의로 징역 선고를 받자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400원대다.

유명인을 앞세워 주가를 끌어올렸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도 있다. 2011년 7월 코스닥 상장사 엔터기술을 인수해 유명해진 개그맨 오모씨는 경찰 수사 결과 '바지오너'였음이 드러났다. 원래 주인은 따로 있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 '재료'로 이용한 셈이었다. 당시 1000원대에 불과하던 엔터기술의 주가는 한때 24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올 들어 200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312원에 거래 정지 중이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며 주식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종목을 찍어주며 투자 상담을 해준 자칭 수퍼개미들 중 일부는 검찰에 적발돼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수퍼개미가 주식 투자만으로 수십억원을 벌 수 있다면 굳이 강연을 하거나 적대적 M&A를 선언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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