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번 고수, 이것에 홀려... 방까지 빼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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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호기자]['정치테마주', 본전 생각에 도박같은 '중독성'... 18대 대선 특히 '심각']

#전업 주식투자자 K씨는 얼마 전 자신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강남에 위치한 오피스텔 전세금을 뺐다. 그가 손에 쥔 전세금은 9000만원. 10년 이상 전업 주식투자자로 생활하며, 한 때 수억원을 벌어들인 그가 전세금까지 뺀 이유는 다름 아닌 정치 테마주 때문이다.





"2007년 대선 때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타격이 심각하네요. 다른 전업 주식투자자들도 대부분 짐 싼지 오래 됐어요". K씨는 전세금 9000만원을 또다시 정치 테마주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한 주식이 연일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K씨도 이제는 끝물이라는 걸 알고있지만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이상할 뿐이다.

◇중독에 빠진 정치 테마주 투자자=

그나마 K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업 투자자로 활동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Y씨는 최근 한 기업의 생산직에 근무하고 있다. 주식투자로 조금씩 모아둔 돈은 물론이고 1,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까지 정치 테마주에 투자해 모두 날리다보니 이자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취직을 결심했다.

Y씨는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다 보니 직장경력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생산직밖에 없었다"며 "대출이자 때문에 취직했는데 정작 월급의 절반은 지금도 테마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정치 테마주들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시름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 투자자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중독에 빠진 모습이다.

전업 주식투자자로 5년 가까이 생활한 E씨도 "주식이 잘 안될 때는 카지노를 찾기도 했지만 주식이든 도박이든 중독에 빠지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투자자가 정치 테마주에서 좀처럼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본전' 생각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에 한번 발을 붙이면 종국에는 도박 중독자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전업 주식투자자들의 전언이다.

E씨는 "정상적인 투자를 하던 사람들도 테마주에 빠지면 이성을 잃기 마련"이라며 "가령 1억원을 투자해 단 몇 분 만에 수천만원을 벌어들이다보면 자연스럽게 한탕 생각이 날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결국, 막대한 단기차익을 실현하다 한순간 걷잡을 수 없이 주가가 빠지게 되면 본전 생각에 또다시 정치 테마주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테마주, 올 대선 유독 기승 왜?=

전업 주식투자자들은 2007년 대선 때도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는 했지만, 이번 대선은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대선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치기 시작한 것은 17대 대선 때부터로 추정된다. 당시 경기부양이 신임 대통령의 당면 해결 과제로 놓이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고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

대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4대강 사업'을 꼽을 수 있는데, 특수건설, 삼호개발, 이화공영, 동신건설, 삼목정공 등이 이른바 '이명박 관련주'로 거론되며 주가가 요동을 쳤다.

E씨는 "4대강 관련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꾸준히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정상적인 가격을 형성하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이명박 관련주만 들썩였지만 이번 18대 대선 때는 거론되는 인물도 많았고 수많은 관련주들이 극심한 급등락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 전부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인물마다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박근혜 관련주로 꼽히는 아가방컴퍼니, 문재인 관련주인 우리들제약, 안철수 관련주인 안랩 등을 꼽을 수 있다.

E씨는 "후보들이 다양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다보니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도 많다"며 "18대 대선 테마주 열풍은 우리나라 증시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 김성호기자 shkim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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