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은 '맥주 전쟁'

2006. 4. 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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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지수기자]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안호이저 부시가 독일 월드컵 기간 중 독점적 판매권을 확보하고도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인들이 버드와이저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독일에서는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어 안호이저 부시는 월드컵 기간 중 홍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고민을 해 왔다.

◇버드와이저, 독일에서 비호감-이름도 못써

풍부한 향을 가진 손수 제작된 맥주를 선호하는 독일인들에게 가볍고 대량 생산되는데다 농도가 묽은 버드와이저는 인기가 없다.

버드와이저 안티 사이트인 버드아웃(BudOut.de)를 개설한 요하네스 슈니터는 "우리의 월드컵에서 버드가 팔리기를 원치 않는다"며 "나는 반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버드가 최악의 맥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의 사용권한도 문제다.

체코 국영 맥주회사 부데조비키 부드바와의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안호이저 부시는 독일에서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부데조비키는 부드바이스(영어식 발음으로 버드와이저)의 이름이다.

버드와이저의 약칭인 '버드' 역시 독일 최고의 인기 맥주인 비트부르거가 비트로 불리고 있어 독일 법원이 비트와 버드가 너무 비슷하다며 버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안호이저 부시는 버드와이저를 독일에서는 안호이저 부시 버드라는 복잡한 이름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 위해 독점권 포기

이에 따라 안호이저 부시는 독일 맥주 회사와 사상 유례가 없는 맥주 외교를 벌였다.

안호이저 부시의 글로벌 미디어 스포츠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토니 폰투로는 자사가 갖고 있는 독점적 판매권을 포기하고 비트부르거 측에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및 홍보 이벤트에서 함께 맥주를 판매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안호이저 부시는 경기장 광고판에 버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고 비트부르거는 이같은 제안이 자사 맥주의 인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1986년부터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안호이저 부시는 지난 1998년에 8000만 달러에 2002년, 2006년 월드컵 대회에서의 독점적 맥주 판매권을 매입했다.

2000년이 돼서야 2006년 월드컵 개최지가 독일로 결정됐기 때문에 안호이저 부시는 이같은 문제점을 독점적 판매권 매입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4년 말 독일 맥주 애호가들이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고 독일 언론들이 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만약 안호이저 부시 경영진가 독점권 행사를 주장할 경우 독일 맥주를 마시고 싶어하는 독일 인들의 반발을 사고 회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게 형성될 것은 분명했다.

결국 경영진들은 독일인들에게 자사 맥주를 마시게 하는 것 보다는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버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안호이저 부시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이 매우 높아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7%(2005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버드와이저의 인기는 미국에서 만큼 높지 않지만 아일랜드에서의 점유율이 14%를 차지하고 있고 현재 유럽 및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에서의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지수기자 l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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