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독립성, 왜 의심받나?

2011. 2.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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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경제부 김학일 기자]

물가안정의 보루인 한국은행이 최근 어수선하다. 한은 노조가 중앙은행 독립성 회복을 위한 결의 대회를 벌이는가 하면 여론 조사에서는 직원 열에 아홉이 김중수 총재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했다.

정말 신의 직장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추진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는 직원들의 비판 속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런 어수선함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것이 바로 한은 독립성 후퇴 논란이다.

한은 노조는 김중수 한은 총재 체제가 출범하고 나서 독립성이 후퇴했고, 따라서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6,70년대 만해도 한은은 당시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릴 정도로 정부에 종속된 존재였다.

그러나 80년대 민주화가 이뤄지고 또 90년대 말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도록 하는 내용의 한은법이 통과되면서 한은 독립성 문제는 이미 해결된 문제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2011년 이 시점에서 한은 독립성 후퇴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왜 일까?

◈ 새로 생긴 'VIP 브리프'

한은 노조가 주목하는 것은 한은 스스로 정부에 예속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VIP 브리프'라는 보고서.

'VIP 브리프'는 한은이 주요 경제 현안을 요약하고 시사점을 적시해 한주나 두 주에 한번 정부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김 총재의 지시로 지난해부터 실시됐고 청와대와 정부부처 장관실에 직접 전달된다.

한은 노조는 중요 경제현안에 대한 보고는 당연한 일이지만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이 마치 청와대의 하급기관으로 여겨질 만큼 횟수가 잦다며 보고서 작성에 자괴감을 표시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서 "한은도 정부"이고, "한은 독립성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김 총재의 과거 발언을 감안할 때 무리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물론 긍정적인 해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vip 브리프는 정책담당자에게 한은의 입장을 제대로 설명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은 독립성의 핵심 잣대는 역시 통화 정책

한은 노조의 독립성 회복 촉구 주장에 대해 그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한은 집행 간부들은 "노조의 움직임을 노조 전임자 수를 5명에서 3명으로 반대하고 2년 동안 동결됐다가 지난해 삭감된 급여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문제 제기를 제외한다고 해도 김중수 총재 체제 출범 이후 한은 독립성이 때때로 시장의 의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통화정책, 즉 금리 인상의 문제였다.

물가 상승압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0.25%p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그쳤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물가 상승을 막았어야 했는데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크게 오르는 물가는 기본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지만, 한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 한은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약해

대표적으로 금통위원 한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 정부의 열석발언권이 계속 행사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열석발언권은 정부가 금통위의 금리 결정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할 권리를 말한다. 한은법에 보장되어 있기는 했지만 과거 정부에서는 통상적으로 행사되지 않았다.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의미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열석 발언권이 지속적으로 행사돼, 한은의 통화정책을 간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금통 위원 한 자리도 박봉흠 전 위원의 후임이 9개월째 공석이다. 그동안은 금통 위원 빈자리가 생겨도 길어야 두 달, 대부분 한 달 안에 후임이 채워진 만큼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금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며 "9개월 동안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김 총재의 평소 발언대로 한은의 권위가 상승 하기는 커녕 도리어 약화됐다"고 말했다.

◈ 관건은 향후 통화 정책

한은 김중수 총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가 올 한국경제에 제시한 금리 수준과 한은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IMF가 제시한 수준은 연 4%였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 수준이니, 앞으로 1년 내에 최대 1.25%p는 더 올려야 적정하다는 뜻이 된다.

물론 현재는 물가 상승세가 워낙 커 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를 막기 위해 공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5%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 연구소의 경우 우리 경제가 올해 이 정도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과 함께 성장을 주도한 민간소비가 지난해 3분기 연속 둔화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하반기 들어 물가 오름세가 완만해지고 반면 경기 회복이 둔화된다면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안정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김 총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한은 독립성을 따져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금리 인상을 김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해 관철시켜나갈지 주목된다.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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