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재정차관 "일자리 있는데 차 없어 못간다니요?"

2010. 7. 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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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일자리가 있는데 차편이 없어 못간다니요?"

15일 오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수원지청 수원고용센터. 현장을 찾은 기획재정부 이용걸 2차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자리가 귀하다는데 경기도에선 되레 사람을 못구해 걱정이라는 이훈원 수원고용센터장의 보고를 받고서다.

6월 현재 경기도의 실업률은 4.4%. 전국 평균치(3.5%)보다 0.9%포인트 높다. 고용률도 59.7%로 전국 평균(59.8%) 아래다.

이 센터장은 "화성시만 해도 일자리가 2만개나 남아돌지만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기계 프레스 가공처럼 험한 일에 보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공장들이 대중 교통으로 접근이 안되는 위치에 있어 출근이 불가능한 게 제일 큰 문제"라고 했다. 일하고 싶어도 자가 운전자가 아니면 출근을 못한다는 얘기였다.

일대 공장들이 지급하는 월평균 보수는 100~150만원 사이. 차를 가진 구직자도 적지만, 그 돈으론 차량을 유지하고 기름값을 대는 것도 빠듯하다. 멀리까지 험한 일을 하러 갈 유인이 없다.

경기도 박수영 경제투자실장도 말을 보탰다. "그나마 기숙사가 있는 공장들도 사정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공장주들이 건폐율(땅에서 차지하는 건물 바닥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느라 기숙사를 지하에 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버리면 일대 수원과 화성 일대 공장이 올스톱 상태가 될 것"이라며 "고용현장의 미스매치(수급 불균형)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눅눅한 공간, 비위생적인 환경. 박 실장은 "현장에 가보면 취업 몇 시간만에 짐을 싸서 가버리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경청하던 이 차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박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장 교통편 마련부터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 실장은 "오산과 평택 일대에서 하루 두어차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경기도 전역을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수원, 화성시와 머리를 모으고 있지만 예산이나 노선을 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2차관의 어조가 더욱 강경해졌다.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근무 일수에 따라 직접 임금도 지원하는데 버스와 기사를 지원하는 셔틀버스 운행이 어려운가요? 적극적으로 검토해봅시다. 일자리가 있는데 차편이 없어 못간다니요?"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할 기회만 줄 수 있다면 어떤 지원이든 아끼지 않겠다는 2차관의 말에 현장에선 민원이 쏟아졌다.

"출퇴근 셔틀버스를 좀 마련해주세요. 일하러 갈 수 없어서 일자리가 남는 건 너무 안타깝습니다.(이훈원 센터장)"

"기숙사를 좀 그럴듯하게 지을 수 있게 건폐율에서 기숙사 면적은 빼주는 게 어떨까요?(박수영 실장)"

"일자리가 남아도는 건 대졸자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에요. 수원에서 제일 좋은 기업이 삼성전자인데 여기서도 라인에서 일할 사람을 못구해 경남, 전남까지 가서 데려오거든요. 고등학교만 나와도 좋은 일자리에 갈 수 있어야 근본적인 미스매치 문제가 해결됩니다. 9급 공무원이나 일부 공기업 시험은 고졸만 응시할 수 있도록 역제한하면 어떨까요?(박수영 실장)"

"동시 밀어내기를 해야해요. 지금까지는 저학력 낮은 임금을 중심으로 일자리 문제를 풀어왔지만, 제일 좋은 일자리부터 구직자들이 빠져 나가야 아랫 쪽 일자리들도 생기는 거거든요. 지금은 완전히 정체 상태잖아요.(고용노동부 장의성 고용서비스정책관)"

이 차관은 시원한 답변을 내놨다. "인프라 지원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주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제일 먼저 셔틀버스 운행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숙사 면적을 건폐율에서 빼달라는 주문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또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상황에 따라 개인 중심에서 사업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과 함께 구직자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미기자 change@ien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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