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송광섭기자][[머니위크]재계는 지금 체질개선 중]
"견디기 힘든 기나긴 고통의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금과옥조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예서 주저앉을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초비상이다. 경쟁력이 강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살아남아야만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업종별 선두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불황이 오히려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내성을 키우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결집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경제체질의 변화에 맞춰 기업 체질도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대기업 구조조정 '신호탄'…합치고 쪼개라
'넘어진 곳은 세우고, 새는 곳은 막고, 한겹 벽은 두겹으로 튼튼하게 쌓아라.'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 내부에는 이미 사업구조조정이라는 특명 을 완수하기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취약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떨쳐 내는 극단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감원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업부 분리와 통합 등 내부지향적 구조조정 작업을 선택했다. '원가절감 컨설팅'을 통해 설계-구매-생산-물류 등 운영전반에 걸친 낭비요소 제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고,
글로벌 소싱도 늘리고 있다. 또 계열사간 전략적 제휴 강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상호 사업 연관성이 적은 카메라사업 부문과 정밀기계 사업 부문을 분할키로 결정했다. 신설되는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카메라 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이는 성장성이 좋은 카메라 사업에서 보다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다.
삼성그룹은 앞서 삼성전자의 PDP(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 생산라인을 삼성SDI로 이관하고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벌여온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통합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흩어져 있는 유사 사업부를 한곳에 모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전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부품사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장부품을 생산해온 현대오토넷을 현대모비스에 합병시켰다. 현대모비스는 계열사인 현대로템으로부터
하이브리드카 부품제조 사업을 넘겨받았다. 그룹 부품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보다 내년 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에만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10만대 이상 감산한다.
LG전자는 최근 경북 구미에 있는 PDP모듈 생산라인(A1)을 그룹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LG
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8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대만 LCD TV 위탁업체인 암트란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중국에서 LCD모듈과 LCD TV를 합작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SK에너지는 OK캐쉬백 사업에 이어
텔레매틱스 사업을 SK마케팅앤컴퍼니로 이관시키기는 한편 중국에 아스팔트 부문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밥캣 수혈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대거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밥캣 인수 차입금을 우선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산부문과 인천공장 부지, 여의도 사옥, 두산엔진의 STX 지분 매각도 검토중이다.
M & A로 몸집을 불려오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유진그룹도 보유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 대대적 인사-원가 절감 총력
임직원들은 연말로 예고된 인사태풍을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업 분야 조정과 함께 대대적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을 방침이다. 내년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내내 동면 상태를 유지해온 삼성은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된 3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12월 중순 이후 대규모 인사 단행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새 삼성 만들기의 일환으로 이달 중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삼성본관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 위축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 9월 김동진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전보시키는 등 최근 1세대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순차적으로 단행했고, 올해 말에는 2세대 핵심 경영진의 부회장 승진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사장단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12월 말 일부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인사폭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노텍과 마이크론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고, LG전자 내 PC사업을 MC사업본부로 이관하는 등 사업 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은 올해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감절감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LS전선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가절감 컨설팅을 받았다. LS전선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협력업체와 원재료를 공동구매 등을 통해 연간 143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진 오일팬의 재질을 고가의
알루미늄 합금 대신 플라스틱으로 바꾼 이후 2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이들 기업이 원가절감 컨설팅을 받은 것은 다짜고짜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구매 및 생산 등의 운영과정에서 낭비 요소만 제거해도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구매 생산 물류 과정의 체질 개선작업만 성공적으로 진행해도 많게는 연간 15% 이상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사업계획 목차만 있고 수치는 빠져있다
구조조정과 원감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향후 행보를 어렵게 하는 변수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 내년 투자계획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사업계획서는 목차만 있을 뿐 정작 중요한 수치가 빠져 있다.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 외에 정부의 규제완화 입법 과정도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가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책정해야 하지만 제품의 경기 싸이클이나 시장 여건 등 여러 변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장애가 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령의 연내 국회 통과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내년도 글로벌 시장 전망이 안갯속이란 점을 고려해 예년의 확정형 플랜 대신 상황에 따라 수시로 수정이 가능한 '로드맵'형으로 경영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시장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어서 내년 투자와 고용계획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업계는 감산과 채용 동결에 이어 공장 가동 중단 조치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다. GM대우자동차는 다음달 부평, 군산, 창원 전 공장의 일시 가동중단을 단행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0개 지역본부를 7개로 줄이고 생산라인의 시간당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최근 350여명의 전환배치에 합의하고 유급휴직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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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기자 song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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