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CEO가 된 교수님 "게임은 문화죠"

2008. 4.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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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김희정기자][[머투초대석] 권준모 넥슨 공동대표]

"1등보다 '최고', 제품보다 '문화'를 팔고 싶습니다."청바지와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이지만 왠지 게임보다 '책'이 더 어울릴 것같은 남자, 권준모 넥슨 대표(44)의 경영철학은 독특했다.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답지 않게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이력도 특이해 보였다. 그래서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독심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처한 상황이나 마음자세를 가름하는데 도움은 된다"고.그래서일까.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게임회사를 창업한 것도 새로운데, 창업한 업체가 피인수됐는데도 그는 인수기업 대표직까지 맡았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넥슨은 게임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종착지는 게임이 아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될 것"이라며 "게임을 기반한 놀이문화를 만들고, 그 놀이문화가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게임으로 전세계 동심을 사로잡은 권준모 넥슨 공동대표를 만나 경영철학과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G스타 게임전시회에서 올해 여러 종의 게임을 내놓겠다고 하셨는데, 올해 출시할 게임은.

▶올해 던전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마비노기 영웅전', 육성RPG '허스키 익스프레스',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엑스박스360 버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3인칭슈팅게임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 2차 비공개 시범테스트(CBT)까지 마친 3차원(3D) 흡입액션게임 '우당탕탕 대청소'도 공개 예정입니다. 퍼블리싱작으로는 액션 RPG '드래곤네스트'가 연내 출시되고, 캐주얼 격투액션게임 '제4구역' '슬랩샷 언더그라운드'도 공개 시범테스트를 준비 중입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SP1'도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죠. 청소년용 게임이 많은 편인데, 앞으로 성인층을 겨냥한 게임도 개발하려고 합니다.

―게임 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여러모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고 계신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이달부터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고, '카트라이더' 아동도서도 베스트셀러입니다.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라이선스 매출만 40억원이 넘습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트레이딩카드게임(iTCG)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 부가사업의 소비시장 규모는 600억원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오프라인 유통이 쉽지 않죠. 이윤도 온라인게임보다 훨씬 낮습니다. 부가사업 자체에 욕심을 내기보다 문화마케팅으로 확산하는 중입니다.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전시회나 공연을 열고, 놀이동산에도 캐릭터존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최근 밸브의 '카운트 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서비스 중이신데, 굳이 '잘나가는' 넥슨까지 외산게임을 들여오는데 일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글로벌 게임업체와 제휴는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거치는 단계 중 하나죠. 외산게임을 단순히 '컨버팅'하지 않고 원작을 뛰어넘는 온라인 버전을 만들면 한뼘 더 클 수 있습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온라인 버전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지역랭킹시스템'을 도입했고, 리그 및 대회시스템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손수제작물(UCC)과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방송시스템도 개발할 겁니다.

―최근 게임업체들의 전문경영인 도입이 활발합니다. 이미 2006년 넥슨은 개발과 경영을 분리하셨는데,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지난 10여년간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공 주역은 개발자 출신의 '창업자 CEO'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김정주 넥슨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대표적인 분들입니다. 그러나 시장환경이 변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사업다변화를 주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자 출신의 CEO가 경영 전반을 담당한다는 것은 역부족이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회사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은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지면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제품을 제대로 팔 수가 있죠. 넥슨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11월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하면서 '개발'이 오히려 강화된 편이죠. 이것이 넥슨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넥슨이 굳이 일본증시에 상장하려는 건 글로벌 게임시장 판도를 염두에 둔 건지요.

▶일본은 게임산업의 메카입니다. 그만큼 게임시장이 크죠. 또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습니다. 닌텐도나 소니를 비롯해 오랜 전통을 지닌 게임기업들도 많아서, 게임업체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기도 하지요. 국내 증권시장이 아닌, 일본 증권시장으로 바로 진출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상장하는 증권시장이 어디인지, 상장일정 등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일본증시에 상장한 이후 경쟁업체를 인수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사업적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시기에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협회가 나아갈 방향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2006년 바다이야기 이후 게임산업의 성장이 위축된 게 사실입니다. 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유기기구'와 의미를 혼동하는 바람에 '게임'의 인식이 급속히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부도 이 사건 이후 규제를 강화하면서 게임산업 육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바른 게임문화 보급이 전보다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게임시장이 활기를 띠는데 비해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그렇지 못한 것같습니다. 다행히 최근 국산 게임신작들이 동시접속자 2만∼5만명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국내 게임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넥슨, NHN,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전년보다 무려 24.9% 늘어난 1조2600억원에 이릅니다. 전세계 온라인게임시장 성장률인 18%보다도 더 높은 성장률이죠.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은 1990년대 후반 도입기를 거쳐 2005년까지 급속한 상승률을 보인 뒤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성숙기로 접어가고 있습니다.

국산 게임업체의 경쟁력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우려는 결국 걸출한 신규 타이틀이 나오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입니다. 캐주얼게임 하나를 공개하는데 최소 1년6개월이 걸립니다. 지난 2년 간은 게임사별로 신작 타이틀의 개발이 몰린 시기였죠. 게임시장이 더 크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할 시기가 필요했던 겁니다. 올해 신규 타이틀 출시, 해외 진출 성과 가시화, 사업다각화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 국내 게임업체의 수익창출 능력이 배가될 겁니다. 이게 다시 해외 게임업체들과 경쟁에 필요한 자금력과 개발력을 높여주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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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김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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