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發 매물공포 증시 흔들다

매일경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전격 철수 결정이 가뜩이나 움츠린 증시에 일파만파로 충격을 주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무한 대립으로 미국이 재정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되는 데다 중동지역 불안, 외국계 운용사의 갑작스런 철수까지 겹치면서 시장 심리가 매우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는 한때 1860선을 깨고 내려섰다가 결국 23.32포인트(1.23%) 하락한 1870.22로 장을 마감했다. 비록 전일 미국 다우지수가 185.23포인트(1.45%) 하락하면서 1만2570선까지 밀려난 영향이 컸지만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독 낙폭이 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측은 철수 발표와 동시에 국민연금을 비롯해 생명보험사,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과 위탁운용자금을 조속히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 13일 기준 주식 9171억원, 채권 3조9316억원 등 총 4조8572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 측은 일반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는 곧바로 응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기관투자가들 요구에 대해선 위탁 주식 보유분을 고스란히 원주인에게 넘겨주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돌려주게 된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1~2주일 정도 안에 기관 자금은 대부분 돌려준다는 방침"이라며 "개인투자자 중심의 공모형 펀드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자산운용사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골드만삭스의 바통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환매 과정이다. 지난 14일부터 환매 요청에 따라 골드만삭스 측에서 매일 수백억 원대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는 "골드만삭스가 아직 본격적인 물량 털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중소형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며 "엔터테인먼트주 등 그동안 많이 오른 개별종목들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그만큼 커진 셈"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장에선 해외 투자 심리 불안 영향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경기 민감주들이 집중 하락했다. 반면 코스닥에선 상승폭이 컸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 그리고 젬벡스, 씨젠 등 바이오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측은 기관자금은 대부분 현물 형태로 돌려주게 되기 때문에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만큼 대규모 환매 물량은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운용내역이 공개된 골드만삭스코리아펀드와 골드만삭스코리아프라임퇴직연금 및 법인펀드의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삼성테크윈, NHN 등 대형주를 많이 담고 있다. 하지만 9000억원대가 넘는 매물 출회 가능성을 두고 시장에선 골드만삭스의 투자종목, 다시 말해 예상 매물을 예측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종목들로는 한국타이어월드, 넥센타이어, 현대건설, 현대해상, 현대제철, 호텔신라 등이 있다. 일진디스플레이, 원익아이피에스, 파트론, 에스맥, 실리콘웍스 등 중소형 종목도 지목된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측은 "시장에서 나오는 골드만삭스 보유 종목 리스트에는 이미 매도했거나 보유하지 않고 있는 종목들도 상당수 섞여 있다"며 "우리가 투자한 종목이 집중 하락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기관투자가는 "펀드투자나 일임계약은 자산운용사나 특정 펀드매니저를 보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자산을 실제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변경되는 경우 펀드 환매 및 계약 해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근우 기자 / 김혜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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