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서 달러를 뿌렸다"..당국, 무력진압

박상희 2008. 7. 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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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억달러 매도개입.."새 정부 들어 최대"

- 1057원에서 1035원으로 폭락.."엄청났다"

- 장마감후 역외 거래에서 반등..2차전 예고

[이데일리 박상희기자] 2일 외환시장 마감 20분전. 환율 움직임이 갑자기 긴박해졌다. 1057원대로 치솟던 환율이 갑자기 1035원으로 급전직하한 것. 이후 짧은 시간동안 환율은 요란하게 오르락 내리락 한 끝에 결국 전거래일보다 12원 급락한채 거래를 마쳤다.

이 20분간 드라마틱한 환율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바로 외환당국. 마치 헬기에서 뿌려대듯 달러 뭉치를 시장에 쏟아냈다.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강했던 시장이 이에 맞붙으면서 한동안 시장에서는 전투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앞서 이날 장중 몇차례 환율이 레벨을 급작스럽게 낮추기를 거듭해 당국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했다. 그러나 달러 매수세가 워낙 강했던 탓에 환율은 밀렸다가도 슬금슬금 되올라와 1050원대 돌파를 부단히 시도하곤 했다.

당국의 가시적인 물량개입이 오후장 들어서도 나오지 않자 국내 은행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러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달러 매수 주문을 잇따라 냈다. 오후 2시반을 넘어서며 환율은 1057원까지 급하게 올라갔다.

이 때였다. 은행권의 숏 커버링이 거의 마무리될 때쯤,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러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달러를 잔뜩 사들이던 은행들이 허를 찔렸다. 급박한 매물이 쏟아졌다. 달러/원은 순식간에 빠져 1030원 후반으로 급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장 막판은 정말 엄청났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달러 매수세가 만만하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142달러선을 상향돌파한 터였다.

싸게 달러를 사고자 기다리던 역외가 팔을 걷어 붙였다. 줄다리기는 한 때 당국에서 역외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환율은 1040원대로 튀어 올랐다.

그러나 당국이 이날 만큼은 매우 완강했다. '최근 며칠간 시장개입 끝마무리가 미적지근했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당국은 다시 한번 달러뭉치를 쏟아냈다. 결국 환율을 1030원대 후반으로 뜯어 내렸다.

하지만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나올때 역외에서는 엄청나게 샀다"며 "결국 달러를 싸게 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의 막판 거래가 왕창 몰리면서 데이터 처리가 지연되는 드문 현상도 발생했다. 환율은 마감 후 3시5분24초까지 움직인 끝에 전날보다 12원 떨어진 1035원에 종가를 찍었다.

이날 당국의 매도개입 규모는 최대 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딜러는 "당국이 최소 30억달러 정도의 총알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외환정책 라인이 들어선 뒤 가장 큰 매도규모였던 셈이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도 "지금까지 당국이 항상 지는 게임을 했다면 이번에는 끝까지 밀어붙인 것 같다"며 "30억달러 정도를 썼어야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당국 개입이 있던 날 이후 환율은 꼭 제자리를 찾아왔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의 종가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당국이 일회적이 아닌 지속적인 환율 관리에 나서야 당국이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이 대량의 실탄을 쏟아내며 환율 종가를 1030원 중반 수준으로 눌러놨지만, 장 마감 이후 역외에서 지속적으로 달러 매수 주문이 나와 환율은 1040원대 레벨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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