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치는 학생들에..대학가 커피숍 '속앓이'

2011. 11. 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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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잔 시킨뒤 7~8시간 공부

음식 싸오고, 자리 맡기도

학생들 "도서관보다 편해…"

"도서관이 아닙니다. 자리 맡아 놓고 점심 먹고 오지 말아주세요."

서울대 주변 한 커피전문점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다. 쪽지에는 "외부음식물 반입을 진짜로 금지합니다", "4시간 이상 이용을 자제해 주세요" 등의 내용도 쓰여 있다. 쪽지를 붙인 이유를 묻자 이 커피전문점 주인은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오전부터 자리를 맡아 7~8시간 공부하면서, 중간에 밥을 먹고 오는 학생들이나 빵이나 과자를 잔뜩 싸서 오는 학생들이 자주 있다"며 "손님인 학생들 마음은 살펴야 하지만 장사하는 처지에서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에서 몇 시간씩 죽치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커피전문점의 '자리 인심'도 각박해지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경쟁하는 소규모 커피전문점 주인들이 매상과 직결되는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느라 학생 손님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지난 4일,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서 만난 커피전문점 사장 김아무개(27)씨는 "가게가 좁고 단가가 낮은 편이라 많이 팔아야 남는데, 손님들이 몰릴 때도 계속 자리를 맡아놓고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근 서강대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송아무개(33)씨도 "대학교 앞이니까 학생들 공부하는 거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시험기간 때 특히 심한 편인데,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 시키고 6시간 앉아 있는 걸 보면 솔직히 화도 난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에서 공부하는 게 익숙한 학생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나아무개(19·이화여대1)씨는 "열람실 공간이 학생 수에 비해 작고, 환기도 안 되는 편이다. 왔다 갔다 하기도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며 "카페에서는 음식 먹기도 좋고,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5·서강대4)씨는 "커피전문점에서 4시간 이상 공부하곤 하는데, 눈치가 보여서 한잔 더 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아무개(22·이화여대3)씨는 "자리에 가방을 두고 토익 학원에 다녀오는 사람도 봤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준 김선식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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