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새 학자금 대출제 '이자에 이자' 큰 부담

2010. 3. 4. 11: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ㆍ'취업 후 상환제도' 시행 부작용…연봉 낮으면 원금 3배 넘게 갚기도

2010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됐다. 동시에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도 시행됐다. 이러한 가운데 ICL의 장단점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쏟아내던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보다 낫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복리로 적용하는 등 새로운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도 많다. ICL은 시행됐으며, 학자금이 필요한 대학생은 ICL을 당장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상환액 사전 계산 어려워

1217만원. 청춘을 담보로 빌린 네 차례의 학자금 액수다. 2010학년도 1학기, 또다시 몇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이 액수는 늘어날 것이다. 새 학기를 맞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4년제 대학교 졸업생의 평균 대출금액은 1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제 빛나는 졸업장은 1000만원이 넘는 빚과 같다.

2010학년도 신입생의 학자금 대출인 경우 무조건 ICL이 적용되며, 재학생은 일반상환 제도와 ICL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을 두고 다수의 재학생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 대출자라면 일반상환제도의 문제점을 잘 안다. 일반상환제도는 매달 일정금액의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대학생에게는 부담이다. 그러나 재학 중 상환 부담이 없는 ICL을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일반상환제도에는 없는 새로운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은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다. ICL에 대한 설명이 가득하다. 그러나 생소한 단어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취업 전까지 부담이 없는 ICL로 선택하고 대출을 신청했다. 증빙서류 제출 및 심사를 거치면 클릭 몇 번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종 신청 버튼을 남겨뒀지만 망설여진다. 취업 후 갚아야 할 금액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ICL은 취업 후에 상환하기 때문에 상환금액은 대출자의 연봉과 해당 연도 최저생계비 등에 따라 변한다. 매달 상환해야 할 금액이 명시되는 일반상환제도와 다르다. 김지영씨(21·대학 2년)는 "일반상환제도는 갚아야 하는 기간과 액수를 알 수 있는데 반해 ICL는 그렇지 않다"면서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빌린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아무리 취업 후라고 해도 상환금액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추측은 가능하다. 한국장학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자의 상환금액을 추측할 수 있도록 500만원 대출을 예시했다. 예시에 따르면 연봉 외에 다른 조건이 모두 동등하다면 상환기간과 원금을 포함한 이자 금액은 연봉 1900만원인 경우 9년 동안 약 1079만원, 연봉 3000만원인 경우 4년 동안 888만원이다. 연봉이 낮으면 원금에 2배가 넘는 이자를 갚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출금액이 많을수록 이자는 크게 불어난다.

대출자가 20세부터 대학 8학기 동안 3200만원을 빌리고 28세에 취업한다고 했을 때 첫해 연봉 4000만원인 경우 이후 8년 간의 상환금액은 5168만원이 된다. 첫해 연봉이 1900만원인 경우 상환기간 25년에 상환금액은 9705만원에 이른다. 원금의 3배가 넘는다.

"재학 중 상환 않고 복리 부담 낮춰야"

이처럼 연봉에 따라 상환금액이 원금의 3배가 넘는 이유는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ICL은 연봉이 낮은 경우 적은 금액으로 오랫동안 상환한다.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이자가 더 많이 붙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상황에 대해 대출 당시에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취업 후 자신의 연봉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없는 대학생으로서는 일단 빌리고 보는 셈이다. 상환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연봉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ICL을 기피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영진씨(25·대학 4년)는 "대출 전에 고려해야 할 사안에 대한 언급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ICL보다는 일반상환제도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신입생 임민지씨는 "복리로 계산하는 ICL보다 일반상환제도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10학번부터는 선택권이 없다"면서 "차후에라도 제도가 보완돼 이자에 대한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ICL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ICL은 복리 계산으로 인한 상환금액 증가와 저소득층 배려 부족 등 일반상환제도에는 없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학자금 대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ICL은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쏟아내던 제도를 대체해 나왔지만 오히려 다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재학 중에 상환 부담이 없으며 이자율이 낮아 취업 후에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