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버블 붕괴땐 제2 금융위기 올수도"

2013. 4.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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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 지방정부 부채·그림자금융 9000조원 GDP 육박

◆ 중국경제 긴급진단 ◆

중국발 '신용위기'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뒤이은 메가톤급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잘나가던 중국이 갑자기 위기 진원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신용 버블(거품) 때문이다.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규모가 과도하게 커진 탓에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중국 내부 인사들 경고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급격하게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최대 회계법인인 샤인윙의 장커 대표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이미 통제 불능"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방정부 채권 발행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에 손을 뗐다"며 "이들이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떨어져 사태가 매우 심각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채가 장기 차환돼 문제가 언제 폭발할지 불확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정부 부채는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려운 것이 더 큰 문제다. 마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 금융상품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위기 파장이 더욱 컸던 사례에 비견된다.

중국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온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6~8일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전직 중국 재정부장(장관)의 폭탄 발언 때문이었다.

1998~2003년 재정부장을 지낸 샹화이청이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20조위안(약 36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힌 것.

이는 중국 정부가 확인한 2010년 말 기준 10조7100억위안이나 미국 블룸버그가 추정한 지난해 말 12조9000억위안에 비해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샹화이청은 "중앙정부 채무는 투명해 보이지만 지방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켰다.

여기에 지방정부 부채 상환 능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 빚은 대부분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스트럭처와 각종 주택ㆍ상업단지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률이 13년 만에 가장 낮은 7.8%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분기 7.7% 성장에 그치는 등 중국 경제 활력이 저하되면서 투자비 회수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지방정부들은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연장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FT는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지방정부 채무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4조위안 정도가 차환된 것으로 분석했다.

돌발 사태가 발생해 은행들이 동시다발로 상환을 요구하고 나서면 지방정부 연쇄 파산 시나리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림자금융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방정부 부채와 상황이 비슷하다.

중국 금융당국이 그림자금융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광파증권은 최소 31조5000억위안으로 추정해 금융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림자금융 규모가 은행 대출 규모 대비 50%에 달하는 셈이다.

김한수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그림자 금융 기관들은 자산 운용 때 은행권에 비해 느슨한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높고, 유사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분석을 빌리면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금융 규모는 최대 51조5000억위안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51조9322억위안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 3월 말 현재 중국 광의통화(M2) 잔액이 103조6100억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금융을 포함한 중국 내 전체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200%에 달한다. 미국 73.2%, 유로 102.5%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중국 신용 위험은 그 수준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동력인 중국에서 신용위기가 발생하면 그 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그림자금융 : 은행권 이외의 대출을 일컫는 용어로, 금융당국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입자들에게 고금리를 약속한다. 따라서 자금을 고수익으로 운영하다 보니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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