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발전할수록 소득불평등 심화

경향신문

금융산업이 성장할수록 사회의 소득불평등은 더 심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지난 1세기간 금융사를 분석한 결과다.

11일 서울대학교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 '금융산업의 발전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가?' 논문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미국의 금융산업 과 소득불균형의 관계가 논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1세기 동안의 미국 경제 자료로 금융산업의 발전과 소득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추적했다. 그 결과, 지난 100년간 금융산업이 성장할수록 고소득층에게 사회의 부가 편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불평등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패턴이 반복됐다. 가령, 1990년대 이후 금융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소득 상위 1% 계층의 벌이를 더욱 증대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상위 1~10%나 그 이하 계층의 소득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929년엔 상위 0.01% 계층의 소득비중이 전체의 12%에 근접하며 불평등이 최고점에 다다르고 대공황이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2007년 이 계층의 소득비중이 다시 12% 선을 넘어서며 금융위기가 뒤따라왔다. 박 교수는 "'역사는 스스로 반복한다'는 말처럼 두 번의 위기는 모두 장기 경제침체를 가져왔다는 유사점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금융부문의 평균급여가 제조업 대비 50% 상승하면 소득불평등은 두 배 이상 상승하는 장기균형관계가 나타났다"며 "이 균형마저 이탈했던 2007년의 소득불평등 수준은 미국 경제가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경고하는 지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1980~1990년대를 거치며 금융산업의 발전이 이뤄졌고 이것이 1997년 외환위기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산업과 소득불평등의 관계가 (미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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