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공화국' 긴급진단>땀 한방울 안 찬다고?.. '기능성 과대포장' 도마에

노기섭기자 2012. 12. 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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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뻥튀기 광고' 논란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도 내 몸은 여전히 가벼웠다.' '정상에 다다른 순간까지도 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신발 속 땀과 온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직장인 주용현(28) 씨는 인터넷에서 이런 내용의 고어텍스 소재의 기능성에 대한 광고를 접한 후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11월 고어텍스 소재의 아웃도어를 입고 등산했던 경험이 있지만 몸이 가볍지도 않았고 땀을 흠뻑 흘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 씨는 "주위의 선후배들 중에도 고어텍스 소재를 입고 등산을 했지만 광고문구에 쓰인 효용성을 체험했다는 이는 없었다"며

"분명히 과장광고 같은데 어떻게 버젓이 온라인이나 지면상에 나왔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고어텍스 소재의 기능성 광고가 과대포장돼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광고문구가 소재의 기능을 과대포장했을 뿐만 아니라 유명인 또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설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문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면광고는 방송광고와는 달리 이처럼 과장된 내용을 적발하는 법적인 규제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화일보가 고어텍스 소재의 기능성을 과대포장한 대표광고 5건을 선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1991년 설립돼 광고심의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심사를 의뢰한 결과, "과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편도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운영팀장은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도 내 몸은 여전히 가벼웠다'와 '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표현은 과장이 지나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의 광고라도 광고모델이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별도로 표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편 팀장은 "통기성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 굳이 과장성 논란이 나올 만한 표현을 했는데 이 같은 경우는 근거를 통해 업체가 입증을 해야 하고 입증이 안 되면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라며 "광고심의기구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은 지적이 가능한 사항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어텍스 광고의 과장성에 대해 광고심의기구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 단체들도 고어텍스 소재 광고에 과장된 내용이 담겨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문제가 된 광고들이 전체적으로 고어텍스 소재의 가벼움과 땀 흡수력 등을 어필하고 있는데, 얼마만큼 가볍고 또 어느 정도의 땀 흡수력을 지녔는지 실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문구는 표현상 광고적인 멘트로 볼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YMCA 관계자도 "객관적,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일반 사용자의 사용 수기만으로 부각된 장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제품의 일반적인 특성 및 기능성을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며 "현직 PD 등 유명인들을 소개하면서 광고문구를 함께 달고 있어 마치 해당 유명인이 제품의 기능을 보증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제로 고어텍스 소재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다른 기능성 소재에 비해 판매가에 걸맞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광고문구만으로는 표시광고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도 고어사의 꼼수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연승(경영학) 단국대 교수는 "특정광고가 아무리 1인칭 시점의 주관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공공적인 미디어를 통해 다수의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이므로 객관성과 진실성, 그리고 신뢰성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장광고는 국가와 문화 등에 따라서도 판단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 광고를 할 때 소비자들의 수준과 문화 등을 고려치 않고 그대로 다른 국가에서 사용했던 형태의 광고를 집행할 경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어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광고 문구는 모두 실제 개인의 아웃도어 경험을 바탕으로 진술된 내용에 근거해 광고 캠페인에 활용됐다"며 "신발 속 땀과 온도를 스스로 조절한다는 문구는 기존 고어텍스 소재보다 신발안의 수증기와 열 배출 능력이 향상된 고어텍스 XCR를 표현한 것이고 이는 고어사의 '편안함 테스트(comfort chamber test)'를 근거로 했다"고 해명했다.

노기섭·최준영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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