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불안] 환율 1100선 붕괴 눈앞.. 수출 부진·인플레 걱정 태산

2012. 10. 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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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만에 1110원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100원선 붕괴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수출대상국 경기 악화에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우리 수출은 이미 치명상을 입고 있다.

여기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가세하면서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출·내수 부진에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가뜩이나 장기 저성장 터널에 진입한 우리 경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1100원대 붕괴 시간문제=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0원 내린 110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31일(1110.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중에는 1106.00원까지 하락 폭을 키워 장중,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를 모두 경신했다.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하락 및 수출호조 등 G2의 경제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매수세를 자극했다. 또 현대중공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발전소 공사 수주, 최근 잇따르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국내 증시 상승 등도 모두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환율은 최근 지속적으로 1100원선 하향 돌파를 시도해왔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대거 풀린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에 환율은 1111.40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34원(3.1%)이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위안(1.1%), 유로(1.5%), 엔(2.5%) 등의 절상률보다 월등히 높다. 국가신용등급 상승과 선진국에 비해 높은 금리, 흑자 기조 등으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대거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1일에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음에도 환율이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는 사실상 1100원선이 깨진다고 여기고 있다. 1100원은 지난 10년간 환율 평균으로 이 선이 깨지고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하면 외환 시장 참가자에게 막대한 심리적 충격을 안길 수 있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물가 들썩이고 수출 여건 나빠져=선진국의 무차별적인 화폐 '물량 공세'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가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 1월 3일 부셸당 6.57달러에서 지난 12일에는 8.57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국제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6.59달러에서 7.53달러로, 콩 가격은 부셸당 12.18달러에서 15.23달러로 일제히 상승했다(1부셸은 밀·콩 27.2㎏, 옥수수 25.4㎏). 두바이유 가격도 지난 6월 말 배럴당 92.75달러에서 9월 말에는 110.84달러로 올랐다.

이에 따라 전월 대비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8월 1.7%, 지난달에는 0.9% 상승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물가 안정 이득을 전혀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 저성장을 기정사실화한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수출경쟁력 방어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은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가뜩이나 부진에 빠진 수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

또한 신흥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서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신흥국들은 팽창적 통화정책은 물론 직접적인 시장 개입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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