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수익 1600억 원 틈새 투자로 '대박'

2012. 5. 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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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프라 투자 큰손' 맥쿼리 집중 해부

호주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인 맥쿼리가 최근 대한민국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이들이 보여준 독특한 성장 스토리가 여러 이유로 금융권은 물론 사회적·정치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진출 10여 년 만에 '인프라 투자의 큰손'으로 거듭난 맥쿼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논란들을 집중 분석했다.

사실 맥쿼리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 투자에 관심이 많은 '아는 사람만 아는' 금융사였다. 한국맥쿼리그룹의 존 워커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맥쿼리'하면 '막걸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맥쿼리가 도로·항만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성과를 내며 성장해 온 기업이라는 점을 따져본다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던 맥쿼리가 작년 중순부터 갑작스레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비중 높게 거론된 이유가 크다. 언론인·정치인 등이 참여해 만든 일종의 인터넷 방송인 '나는 꼼수다'는 한편으로는 사실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각종 추측이 잘 결합돼 인기몰이를 했다. 이런 '나는 꼼수다'에서 맥쿼리라는 생소한 외국 회사를 중요하게 다루자 많은 청취자들이 여기에 주목한 것.

방송에서는 서울시와 맥쿼리자산운용이 서울지하철 9호선 건설 협약을 맺은 2005년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장남 이지형 씨가 맥쿼리의 계열사 중 하나인 맥쿼리IMM 자산운용의 국내 대표를 맡았던 사실을 알리며 일종의 특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과정에 맥쿼리가 참여할 것이며 이는 현 정권과 아직까지도 어떤 고리가 있는 게 아니냐고 '추측' 보도했다.

이렇게 촉발된 맥쿼리에 대한 관심은 지난 4월 초 지하철 요금 인상을 놓고 서울시와 서울지하철 9호선 민간 사업자인 주식회사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줄다리기를 벌이며 '폭발'했다. 이유는 요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지분율 24.5%)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목하며 비난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맥쿼리인프라가 서울지하철 9호선은 물론 14개의 국내 도로 및 항만 등에 투자하며 한 해 1600억 원 규모의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제2의 론스타'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로·항만 투자로 성장해 와

그렇다면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된 맥쿼리인프라가 과연 어떤 회사인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맥쿼리인프라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사 맥쿼리그룹의 일원이다. 맥쿼리그룹은 매트릭스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맥쿼리자산운용은 글로벌 맥쿼리그룹의 일원이면서도 맥쿼리증권 등과 함께 한국맥쿼리그룹에 소속돼 있다.

2000년 국내에 첫발을 들인 한국맥쿼리그룹은 10여 년 동안 인프라 펀드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10여 개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국에서의 운용 자산이 22조 원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도로·항만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는 한국맥쿼리의 핵심이다. 한국맥쿼리의 국내 인프라 투자를 이끄는 곳은 맥쿼리자산운용이다. 맥쿼리자산운용도 펀드의 형태로 인프라에 투자한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인프라 펀드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바로 맥쿼리인프라다. 맥쿼리인프라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최초의 인프라 상장 펀드라는 것. 2002년 설립된 맥쿼리인프라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시메트로9호선, 우면산터널 등 14개 사업에 투자했다. 펀드 규모는 약 1조 7000억 원이다.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14개 사업은 모두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 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의 관리 운영을 인정받아 운용 수익을 수령하는 수익형 민자 사업(BTO)이다. 이에 따라 맥쿼리자산운용은 펀드를 조성한 뒤 이 펀드를 통해 사업 시행사(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은 대다수는 미리 약정한 운영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정부가 운영 손실의 70~90%를 대신 채워 주는 최소 운영 수입 보장(MRG) 계약이 체결돼 있다. 현재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하고 있는 14개 사업의 평균 잔여 운영 기간은 23년으로, 정부가 수입을 보장하는 기간은 평균 12년이 남았다.

맥쿼리인프라의 특징은 중 하나는 인프라에 투자한 뒤 배당금 및 이자를 받아 거의 전부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최근 준공한 부산항 신항 2~3단계 투자를 끝으로 계획했던 14곳의 자산 투자를 모두 집행했으며 향후 2042년까지 투자금을 회수해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해산하게 된다.

맥쿼리인프라는 사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가 대주주다. 맥쿼리는 지분율 4% 정도로 운영을 맡고 있을 뿐이다. 현재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는 군인공제회(11.8%)·신한금융그룹(11.2%)·대한생명(7.2%)·공무원연금(5.4%) 등 국내 연·기금들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도 20%에 달한다.

전 세계서 120여 개 인프라에 투자

맥쿼리인프라가 짧은 기간 동안 굵직한 프로젝트에 속속 참여하며 인프라의 큰손이 될 수 있었던 건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실제로 맥쿼리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프라 투자의 큰손으로 평가 받는다. 2012년 초 작성된 맥쿼리그룹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맥쿼리그룹은 전 세계 1만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자산은 3270억 호주 달러(1호주 달러는 약 1160원) 수준에 2011년 말 순수익은 7억3000만 호주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다.

맥쿼리그룹의 사업 부문은 크게 여섯 개다. 펀드 그룹(MFG), 기업금융 그룹(CAF), 은행 및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BFS), 증권 부문(MSG), 캐피털 그룹, 채권 통화 상품 그룹(FICC)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전 세계의 인프라 및 부동산에 투자를 진행하는 펀드 그룹이다. 펀드 그룹은 2011년 초 기준 한국 14개 인프라를 포함 전 세계 120여개 이상의 인프라 및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맥쿼리 측에 따르면 펀드 그룹이 운영 중인 자산의 사업 가치는 3050억 호주 달러에 이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절반 수준인 50여 년의 짧은 역사와 산업 및 금융의 변방인 호주 기반이라는 지역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맥쿼리 펀드 그룹이 세계 40대 자산운용사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외면하던 일종의 틈새 투자인 '인프라 투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프라 투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맥쿼리는 한국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맥쿼리가 한국에 진출할 즈음인 2000년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극도로 침체된 내수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흔들리던 정부와 국내 기업에 돈이 있을 리 만무한 일.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사들의 투자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 진출했던 외국계 투자 은행들은 인프라 투자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굳이 인프라 투자가 아니어도 은행 매각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좋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후발 주자였던 맥쿼리는 달랐다. 이미 글로벌 차원의 인프라 투자에 잔뼈가 굵은 이 회사에게 한국 시장은 '무주공산'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맥쿼리는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보장하는 MRG는 맥쿼리가 마음 놓고 판을 벌일 수 있게 도왔다. 맥쿼리인프라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 제도를 통해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맥쿼리인프라는 매년 투자 자산(도로·터널 등)을 지나는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하루 평균 15억 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민자 사업 꼼꼼히 따져봐야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맥쿼리인프라가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계약을 맺을 당시 '특혜'를 받았느냐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맥쿼리인프라의 다른 사업들을 보면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조건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약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지형 씨를 통한 연결 고리 역시 좀 모호한 구석이 많다. 이지형 씨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를 맡았다. 이 회사는 맥쿼리가 국내 사모 펀드 회사인 IMM과 함께 만든 회사로 상장주식 및 채권을 투자하는 회사다. 이지형씨를 마지막으로 2007년 골드만삭스에 인수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즉 이 회사는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과는 다른 회사다.

결국 맥쿼리인프라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핵심은 '특혜 시비'라기보다 이 회사가 그간 보여준 투자 시스템이 '공공 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치에 맞느냐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사업을 보자. 지하철 9호선 사업은 특수목적회사(SPC)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으로 진행됐다. 현대로템·현대건설·포스코ICT 등 7곳의 건설 회사와 맥쿼리·신한은행 등 6곳의 금융회사가 이들이다.

이들 회사는 각각 시공사와 대주단으로 참여한다. 건설사는 공사를 진행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8917억 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또 금융사는 지하철 9호선 사업에 선순위로 4292억 원을 금리 7.2%에 빌려주고 후순위로 669억 원을 금리 15%에 대출해 줬다.

이와 함께 이들 회사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주주로도 참여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자본금은 총 1670억 원으로 지분율은 건설사들이 51%, 금융사들이 49%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비판이 바로 이 같은 구조가 '사실상 내부거래'가 아니냐는 것이다. 즉 건설사와 금융회사가 각각 '사업자'나 '대출자'이자 동시에 이 사업의 '주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48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냈다. 이 중 대출이자로 나간 돈은 461억 원이었다. 쉽게 말해 스스로 사업을 진행한 뒤 그 사업체에 비싸게 돈을 빌려준 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으며 배당을 해야 하니 값을 올려야겠다며 엄포를 놓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나 시민단체가 서울시메트로9호선, 특히 2대 주주임과 동시에 채권자인 맥쿼리인프라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하철 9호선뿐만 아니라 맥쿼리인프라가 참여한 대부분의 민자 사업에서 이 같은 투자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계의 시각은 다르다. 민간 투자 사업의 기본 원리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다. 민간 투자 사업은 사업 초기에 SPC와 서울시와 같은 주무 관청이 실시 협약 체결로 삽을 뜰 수 있다. 이후부터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데 이 중 공사비 등 사업비는 재무적 투자자가 제공한다.

9호선처럼 맥쿼리와 같은 투자회사가 주주이자 대출 회사로 나서는 것은 흔하다. 인프라 건설과 같은 큰 규모의 사업은 홀로 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회사를 중심으로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신디케이션 론을 만들고 또 다른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금리는 올라간다. 국내 사업은 물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로 한 것도 이런 투자 방식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대부분 사업자는 후순위로 들어오는데 민간 사업자에 이자율과 각종 변수를 고려한 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신디케이션이 만들어지지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즉 2005년 진행된 서울시메트로9호선 운영 협약의 핵심은 서울시가 제시한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냐는 문제다. 9호선 운임 수입이 예상치를 밑돌면 첫 5년은 예상 운임의 90%, 10년까지는 80%, 15년까지는 70%를 서울시가 보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다른 사업들인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과 3-1 구간은 MRG가 각각 85%와 90%에 달한다. 보장 기간도 사업 시행 기간 내내다. 이 밖에 백양터널은 90%, 수정산터널은 90%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80%, 천안~논산고속도로는 82%, 인천대교는 80%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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