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10년 후 삼성'에 대한 고민
[머니투데이 오동희기자][[기획-이건희 현장경영 1년(하)]삼성의 변화&미래는?]
"거대한 책임의 산 앞에 서 있는 나는 절대 고독을 느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5년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시아의 소기업'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신경영(물량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소회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성에 젖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던 길에도 변하지 않는 조직에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현장경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 보고, 이걸 중심으로 모든 사물을 분석해 들어가는 버릇이 돼야 된다고 강조하려고 맨 날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로 떠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지난해 4월 현장경영에 나선 이후 1년간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 숙제는 '삼성의 미래'다. 매출 224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앞으로도 계속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늘 이 회장의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삼성 사장단의 미래 과제..인재확보=IMF의 터널을 무사히 건넌 2000년 말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각사 사장단에게 5∼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지를 6개월간 연구한 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각사 사장들은 6개월간 '피나는' 조사와 분석 끝에 소위 '신수종사업' 보고서를 각각 제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노력들은 했지만, 해답을 썼다고 생각되는 보고서는 없다"며,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서 5∼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인재)만이 재산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재에 욕심이 많다. 지난 17일 중공업 건설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도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야 한다. 최고의 인재는 최고의 대우를 해서라도 과감하게 모셔 와야 한다"고 인재중시 경영을 강조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출근해 사장단과 회의 때 항상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라는 것이다"며 "CEO의 평가에 우수인재 영입실적도 포함될 정도"라고 말했다.
◇눈 앞으로 다가온 신수종 사업들=인재가 삼성의 미래 준비를 위한 기본 뿌리라면, 이 뿌리로부터 양분을 먹고 자라는 미래 과실은 환경, 에너지, 헬스, 바이오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5월 신사업관련 사장단회의에서 "환경보전과 에너지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녹색산업에 투자한다"며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금부터 10년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다"며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안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같은 변화를 위해 바이오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했다. 또 삼성LED를 삼성전자에 흡수통합하고 LCD사업부를 분리 독립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설립하는 등 미래를 위한 변신 중이다.
에너지 분야인 태양광 사업은 삼성SDI로 통합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성공하면 현재 삼성의 성공한 모습이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강자였던 일본, 미국, 유럽 기업들이 스러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회장의 10년 후 삼성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가고 있다는 게 삼성 내외부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20년전 신경영을 고민할 당시 느꼈던 '절대고독' 앞에 다시 서 있는지모른다.
[핫이슈]2011 상장사 영업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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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기자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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