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근로시간특례 제외 방안에 '냉랭'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심재훈 박대한 기자 = 노사정위원회가 31일 근로시간특례업종을 절반 이상 축소하는 내용의 공익위원안을 발표하면서 실제 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대표적 업종인 금융업의 경우 이번 개선안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백화점 등 유통업은 이미 연장근로 한도를 지키고 있는 만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 숙박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업종의 경우 연장근로 제한에 따른 인력 충원 여력이 없어 이번 안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 "허울좋은 외침으로 끝날 것" = 정부가 금융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정작 금융업계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근로시간 상한이 도입되고 연장근로 규정이 세분화된다 해도 업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금융권은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아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하면 1주에 12시간을 초과해 연장 근무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기존에 야근하더라도 법에 규정된 임금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정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특성상 근로시간을 제한한다고 해도 인력을 추가로 뽑을 필요가 없어서 정부가 유도하는 고용 촉진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일부 보상이나 영업 분야 직원은 야근이 많지만 현재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장 근무를 12시간으로 제한하더라도 허울 좋은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권에서 야근을 정상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 야근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업체는 정기 휴가마저 정상 출근한 상태에서 휴가 처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금융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에 주말근무마저 제외될 경우다.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말 근무가 연장근로 한도에 들어가면 평일에 야근을 거의 시킬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지급하던 야근 비용마저 줄면서 직원 월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들은 연봉에 야근에 대한 보상 성격까지 담고 있어 연장 근로 한도에 주말이 포함되면 결과적으로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해온 야근도 제대로 수당을 못 받는 판국에 연장 근로 한도를 정해버리면 근로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이미 연장근로 한도 준수…영향 없어" = 유통업계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계산원이나 직영 영업 사원의 경우 대부분 이미 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로 단축돼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사 사무직은 42.5시간, 점포 매장 관리 사원은 연장근무 포함해서 45시간 가량 일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07년 이후 근로시간을 기본 40시간에 연장 12시간으로 줄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형 마트도 이마트의 경우 2007년 계산원 등 시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정해 놓은 상태다.
롯데마트는 주 5일 근무체제인데다 가장 많은 시간을 근무하는 직원도 주 45시간 일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도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주5일 근무체제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호텔업계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은 현재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개별 호텔 사정에 따라 초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면 달라진 노동 환경에 따라 근무 시간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 "인력충원 어쩌나" = 노사정위가 이번 근로시간특례업종에서 제외한 업종 중 마지막까지 고심한 부분이 음식점 및 주점, 미용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는 업종이다.
고용노동부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업은 매장의 영업시간 전체를 근로시간으로 하기 때문에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가 상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사업주들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조사됐다.
이용업의 경우에도 미용사와 보조근로자가 모두 기본적으로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상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특히 미용사의 경우 주로 성과급제로 임금이 적용돼 근로시간 자체에 대한 통제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위 근로시간특례업종 개선위원회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을 개편하면서 마지막까지 고심한게 음식업과 접객업, 소매업 등"이라며 "이들 업종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여력이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특례업종에서 배제한 뒤에)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거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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