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없이 유람선만 다니는 '반쪽 운하' 우려

김포 2011. 11. 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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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경기도 김포의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 서해까지 쭉 뻗은 수로(水路)를 따라 물살을 가르던 3층짜리 대형 유람선이 선착장에 도착하자 50~60세쯤 돼 보이는 단체 관광객들이 배에서 우르르 내렸다.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내륙 운하를 둘러본 관광객들은 "신기하긴 하지만 볼거리가 없어" "한강과 다른 게 없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강과 서해를 잇는 국내 최초의 내륙 운하인 경인아라뱃길이 내년 5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지난달 29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1992년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부터 시작된 경인운하는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2003년 환경파괴와 경제성 문제로 중단된 이후 2009년 3월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을 인수해 공사를 재개한 끝에 2년 8개월 만에 사실상 완공된 것이다.

인천 오류동~서울 개화동을 잇는 경인아라뱃길은 총 사업비만 2조2500억원이 투입됐고 연간 운영·관리비로 150억여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이지만 경제성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만성적 물류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한쪽에서는 유람선만 떠다니는 '반쪽짜리' 운하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선박 운항하기 어려워"

현재 유람여객선은 하루 두 차례씩 아라뱃길의 양쪽 끝에 있는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오가며 1000여명의 단체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는 여의도에서 인천 앞바다의 세어도까지 운항한다. 화물선도 첫 출항에 나섰다. 농산물과 생수·의류 등 잡화를 운반하는 화물선이 지난 1일 김포를 출발해 제주도로 떠났다. 다음 달 초에는 인천터미널에서 부산과 중국, 동남아시아로 철강과 중고 자동차를 실어나를 예정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내년 5월이면 국제 화물선 3척과 여객선 9척 등 선박 18척이 운항하며 앞으로 노선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항 노선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라뱃길과 인천 앞바다를 오가는 유람선과 부산·제주·중국 등 서해 연안을 오가는 배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라뱃길 유람선업체 간부는 "상품성이 떨어진 한강 유람선의 대체 상품으로 아라뱃길을 택했다"며 "중국이나 일본까지 운항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해운업체 간부는 "서해에서 배가 아라뱃길로 들어오려면 영종대교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1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이상 대형 선박은 다니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보다 느리고 볼거리 많지 않아"

아라뱃길의 총 길이는 18㎞. 수로를 따라 차로 김포에서 인천터미널까지 시속 60㎞로 달리자 2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같은 길을 오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여기에 배가 운하에 들어올 때 거쳐야 하는 갑문 통과시간(약 22분)을 합치면 육로로 이동할 때보다 시간이 5배쯤 더 걸렸다.

아라뱃길의 서울 접근성은 좋지만, 인천항이나 평택항보다 물류 운송시간이더 걸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의 물류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오는 화물의 80% 이상은 인천공단으로 가고 20%만 서울로 간다"며 "서울로 가는 물동량이 많지 않은데 아라뱃길을 이용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인운하는 인공 수로여서 주변에 역사·문화적 건축물이나 빼어난 풍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자원공사는 운하 주변에 테마파크·전망대 등 각종 볼거리를 조성하고 요트 선착장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유람선을 탄 승객 김모(64)씨는 "인공폭포나 전통가옥 같은 걸 만들었지만 단조로운 것 같다. 한강 유람선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아직 시범 운영 단계인 만큼 각종 단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2030년에는 매년 컨테이너 93만TEU, 모래 1000만t, 자동차 6만대, 철강재 57만t을 수송하는 수도권 물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임성호 팀장은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것보다 컨테이너 1개당 운송비를 6만원쯤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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