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비즈 인사이드] 배우 안재모 홍삼 사업 CEO.."연기보다 희열 느껴"

2011. 8.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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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근초고왕'이 끝난 후 안재모는 거의 매일 잠원동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안가홍삼'의 대표로 취임한 지 1년 7개월, 생전처음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두 달에 한 번 머리 염색을 할 정도'로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안가홍삼은 회사명만 들어도 알 수 있듯 홍삼 제품을 판매하는 건강식품 회사다. 스타가 하는 사업 치고는 남다른 품목인 건 사실. 하지만 배경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가홍삼'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의 부친이 '안가 건강원'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2005년 '안가 홍삼원'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그의 셋째 형 안성호 씨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초 안재모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개인 사업에서 법인 주식회사로 또 한 번 성장했다.

"지난해 1월 10일자로 법인을 세우고 1년간 준비를 많이 했어요. 공장 운영에서부터 디자인 패킹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롭게 바꿔 지난 4월 새롭게 출시했죠. 연구·개발(R & D)에도 공을 많이 들여 조만간 30여 가지의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홍삼 제품을 위주로 하되 다른 건강보조식품과 음료도 출시·판매할 생각입니다. 회사명도 곧 '안가라이프'로 바꿀 거예요."

가장 많은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그는 현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처음부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기 때문에 가족이 하는 사업에 홍보를 도와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연예계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큰일'을 겪고 난 후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학교 다닐 때 적성검사를 하거나 재미로 관상 같은 걸 보면 30대 이후 사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사업은 내가 무슨 사업?' 그랬죠. 왜냐하면 평생 제조업을 하신 아버지를 보면서 치가 떨렸었거든요.

아버지는 너무 피곤하고 바쁘셨고, 얼굴 보기도 힘들었으니까요. 한때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회사였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거래처의 연쇄 부도로 자금 압박을 받아 직원들의 퇴직금을 정산해 주고 사업을 접을 때는 온 가족이 고통스러웠고요.

그런데 한창 배우로 잘나가던 때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 회사와 계약했는데, 그 후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는 상처를 받았어요. 그때 은퇴를 생각했고 모아둔 돈을 투자해 아버지와 형이 운영하던 회사를 맡아서 하게 된 겁니다."

연예계 은퇴 생각한 후 사업으로 눈 돌려

막상 시작해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행착오와 계산 착오도 많았고 그냥 날린 돈도 많았다. 심지어 사업을 맡은 초기에는 '이번 달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공황 증세가 올 정도였다.

그럴 때면 오히려 밖으로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영업력을 키우며 견뎌냈다. 그 덕분에 "밥만 먹고 살자"는 마인드로 일했던 작년 한 해 예상외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그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 1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 규모를 달성했고 상반기가 지난 지금 벌써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피가 마르게 힘들지만 성과를 얻었을 때는 연기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낀다는 그.

"포기할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 대한 애착과 또 절대적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죠. 아버지가 처음 홍삼 사업을 하게 된 게 부산에서 큰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인 첫째 형의 환자들에게 건강 회복을 위해 무료로 공급을 해 주다가 효과를 본 환자들이 사서 먹을 수 없느냐고 요청해 와 건강원으로 시작한 거예요. 그만큼 제품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이 대단해요. 지금도 회장님 역할을 하시며 제품 개발에 관여하고 있죠."

후발 업체이자 소규모 회사인 안가홍삼이 업계의 대형 홍삼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조금씩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는 창업자인 아버지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품질 좋은 제품을 고집하는 안씨 집안 남자들의 굳은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방문 판매, 특판, 홈쇼핑, 할인 마트 등 다양한 유통 방식에 따라 제품 성분이 달라지고 원가가 달라지는 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돈 되는' 유통 방식을 포기하더라도 늘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약속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들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는 성장할 수도 없고요. 아직은 미약하지만 우리 제품을 드시는 소비자들에게 '품질이 정말 좋구나'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더구나 제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제 이미지 때문에라도 정말 좋은 제품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어요. 혹시 저를 '얼굴마담' 정도로 생각할까봐 마트에 입점할 때나 가맹점 오픈할 때는 무조건 제가 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업을 뛰기도 하고 제품 연구·개발에서부터 마케팅과 홍보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전 분야를 직접 챙기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더구나 연기를 병행할 때는 촬영장에서도 사업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고.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제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홍삼이 좋다는 건 다들 알잖아요. 체질에도 무관하고 면역 성분도 뛰어나고 항암 효과도 있죠. 세계적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으며 수요가 많은 만큼 수출에도 주력할 생각이에요. 홍삼 건강식품을 만드는 회사 중 3대 메이저 브랜드 안에 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연매출 2000억 원 규모는 해야 하는데, 짧아도 한 3년은 걸릴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17년, 배우라는 이름에 사업가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한 그는 지난 6월 첫딸을 낳고 아빠가 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연기와 회사 경영과 육아, 그리고 케이티돔(KTdom) 소속 카레이싱 선수까지 1인 4역의 숨 가쁜 일상이지만 '바쁜 건 참아도 나태해지는 건 못 참는' 성격상 바쁨을 즐기고 있다는 그.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증명할 날이 곧 오지 않을까.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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