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돈 포기하고 '뽀로로' 지켰다"

입력 2011. 7. 14. 12:15 수정 2011. 7. 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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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한만송 기자]

새얼문화재단이 13일 개최한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

ⓒ 한만송

"외국자본이 (한국에) 테마파크 지으려면 수의계약 등을 통해 그냥 주다시피 할 정도였으나, 국내 업체는 불가능했다. 20년간 국내 지자체들이 유니버셜사, 디즈니사 등을 유치 못해 안달이 났지만, 수백만 달러씩 로열티만 빼앗겼다. 뒤통수 맞은 경우가 많다. 절대적 사대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왜 외국 것을 들여다 우리 아이들을 키워야하냐."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통하는 '뽀로로'를 탄생시킨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는 13일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제304회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해 '뽀로로' 탄생 배경, 국내 애니메이션 사업의 허와 실과 가능성에 대해 진솔하게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서울대 산업디자인학을 졸업하고 LG전자 디자인연구소에 근무하다 오콘 대표이사를 맡았다.

비행 모자를 쓰고 동그란 고글을 쓴 파란 펭귄 '뽀로로'는 최초의 남북합작 애니메이션으로 2003년 EBS에서 첫 방송을 탄 이래 130여개국에 수출됐다. 국내에서 개발한 캐릭터로 시청률, 인지도, 호감도에서 1위라는 기염을 수년째 토하고 있다.

오콘 측에 따르면 '뽀로로' 캐릭터 상품으로 지난해 매출 총60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조원 매출이 예상된다. 세계 3대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으며, 북·남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뽀로로'를 모르는 사람도 동네 슈퍼, 백화점, 문구점 등에만 가면 뽀로로 캐릭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김 대표이사는 "영화 < 트랜스포머 > 는 2000여억 원을 투입해 20~30배의 흥행 수입을 챙기고 있고, '토마스' 캐릭터의 브랜드 가치는 2004년 평가 당시 4조5000억 원에 이르렀고 현재는 두 배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 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10조 원의 가치가 있다. 이런 캐릭터 7~8개면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대기업과 맞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뽀로로'는 2005년 프랑스 TF1 시청점유율 최고기록인 51.7%를 기록했다. 현재 1300여 종의 캐릭터 상품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 국민 한 명당 '뽀로로' 제품 18개를 구입했다. 쌀 다음으로 충성도가 높은 셈이다.

"디즈니사, 천문학적 액수 제시... 뽀로로, 기업의 사유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오콘 측은 국내시장을 넘어 프랑스를 찍고 미국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월트디즈니사 등이 애니메이션 산업을 독점하는 미국 본토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4주 전 월트디즈니사 회장으로부터 '뽀로로' 판권을 천문학적인 금액에 넘길 것을 제안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3년 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해외 영화제 마켓에 나갔다. 그때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 부스를 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 13년이 흘러 4주 전 디즈니 회장이 왔다. 디즈니에서 '뽀로로'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박지성이 국적 바꾸는 효과와 같은 효과가 난다. 돈은 많이 벌수 있지만, 3일 지나서 돌 맞아 죽을 것 같았다."

김 대표이사는 '뽀로로'와 같은 국민 애니메이션은 기업의 사유재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뽀로로를) 기업의 사유재산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디즈니가 제시한 가격은 내가 처음 들어본 천문학적인 액수다. (애니메이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선진국형 비즈니스다. (선진국들은) 그 영역을 지키려한다. 그 나라들은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은 불과 15년 됐다. 남들 70년 해서 만든 것 15년 만에 한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100여개국 이상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파라마운트, 디즈니 등 글로벌 메이저를 제외하고 2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라며 정부의 애니메이션 지원을 주문했다.

"콘텐츠가 하나 나오면 계속 나올 수 있다. 한국의 가능성 높다.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은 콘텐츠라고 말하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은 LCD 부품 하나 지원하는 것보다 못한 57억원이다. 예산 지원을 요청하면 증거를 보이라고 하지만, 이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능력도 확인됐다. 한류가 그것을 보여줬다."

오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오콘

김 대표이사는 국내 지자체가 미국의 유니버셜사, 디즈니사 등에 대해 절대적 사대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 뒤 "왜 외국 것을 들여다 우리 아이들을 키워야하냐"고 지자체와 정부의 문화정책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산업은 스마트한 비즈니스, 지식산업이다. 힘차게 밀어 봐야하는 산업 중 하나다. 우리(오콘)는 테마파크를 국산화해서 중국에 나갈 생각 중"이라며 "전국 15곳에 실내형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그곳에 1년에 1700만명이 온다. 무엇이 테마파크냐.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만들다 뽀로로 탄생"

오콘은 뽀로로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뽀로로를 만들 때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짰냐고 묻지만, 뽀로로는 엄마, 아빠 5명이 주축이 됐다. 내가 다섯 살 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말자. 애들이 지혜롭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주자. 경영을 잘 못했다는 얘기는 들어도, 창작을 잘 못했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김 대표이사는 질의응답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캐릭터로 '뽀로로'를 활용하면 어떠냐는 물음에 "평창 올림픽을 우리도 응원했다. 비즈니스를 떠나 100% 지원하고 싶다. 하지만 올림픽 캐릭터는 사용기간이 지나면 IOC에 귀속된다.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뽀로로' 제작에 참여해 미 행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피해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이사는 개인적 생각임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북 제재 조치로 미국에 못 팔아도 나는 만들겠다. 미국시장 버리면 안 되나.(박수) 우리, 미국에 안 들어갔다.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정치적 상황인데, 그들이(삼천리총회사) 만들었다고 해서 대단한 것이냐. 일부만 만들었다. 굉장히 똑똑했는데, 워낙 본 게 없었다. 다시 만들었다. 대미 수출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미 행정부가) 너무 쫀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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