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W시장..총성없는 戰場

2011. 6. 17. 09: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이코노미세계]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 장난끼 많은 소년. 그를 첫 대면했을 때 느낀 인상이다. 직원 300명을 둔 기업의 CEO로서 풍길법한 근엄함은 찾아볼 수 없다. 김장중 대표.

그는 '알집'으로 유명한 SW전문기업 오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그랬듯 그 역시 대학 재학 시절(1993년) 창업해 오늘에 이르렀다. 벤처기업대상 대통령 표창(2008년) 500만불 수출탑 수상(2009년) 등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애오라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진력해왔다. 벤처 1세대인 그는 작금의 우리나라 IT 산업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때 떠들썩했던 벤처 붐이 사그러진지 오래다. 세계가 인정한 IT 코리아는 간데없고 IT빈국으로 추락 중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김대표가 보기에 현재 국내 IT 산업의 수준은 어떤가.

규모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고 본다. 개발자 개개인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프로세스 안에서 큰 규모의 SW 개발 능력은 약한 실정이다.

-우리 SW산업이 답보 상태인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SW산업의 기반이 빈약하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SW 내수시장이 워낙 작은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러다보니 투자 환경이 열악해지고 기술 개발도 덩달아 뒤처지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SW업체들은 자본이 달리다보니 장기적인 기술 개발이 어렵다. 때문에 대기업 계열의 협력사로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대기업 위주의 발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기회가 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스트소프트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해 말 출시한 기업용 알약2.5의 반응이 좋아 매출이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 73.8억원, 영업이익은 21.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우리 회사는 버는 돈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 올해만 해도 R & D 부문의 지속적인 인력 충원으로 인건비가 전년 동기대비 5.7억원 늘었다. 국내 시장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해외시장 매출이 증가세에 있어 의욕을 느낀다.

- 페이스북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같은 길을 걷는 입장에서 마크 주커버그의 어떤 점이 뛰어나다고 보나.

주커버그가 아이디어 하나로 돈방석에 앉았다고 알려졌는데 나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물론 아이디어도 참신하지만 사업적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섣불리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거대 자본의 유혹에 빠져 보유 주식을 파는 대신 일을 선택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페이스북이다.

- 이어령 교수는 최근 "우리에겐 왜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 같은 인물이 없는가"라고 탄식한 바 있다.

사회적 관심이나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이공계 우대 정책을 쓰면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정부나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 특급 개발자를 우대하면 잡스 같은 인물이 반드시 나타난다. 우리나라 IT인재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픈 열망에 도전을 한 것이다. 빌게이츠나 주커버그처럼 자본 없어도 창업이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국내 IT 전문 인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 인적 펀더멘탈은 튼튼한 편인가.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자들의 수준은 부족함이 없다. 다만 인력은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SW업체로서는 가장 중요한데 요 몇 년 사이에 대기업에서 중요성을 인식한 탓인지 경쟁적으로 인력을 빼간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그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 IT업계 일각에서는 트위터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또 다른 기술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다

.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시장은 총성없는 전장이라고 보면 된다. 캐나다 RIM사가 좋은 사례다. 2년 전만 해도 RIM사에서 만든 블랙베리는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돼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나왔다. 아이폰은 무섭게 부상하던 블랙베리를 단숨에 제압하고 시장을 장악했다. 더 강하고 혁신적인 제품에 밀려 몰락하는 현실, 이것이 글로벌 SW시장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자본력이 일천한 한국의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닌가.

희망은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작은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구글이 그 기술을 산 것이다. 그 벤처기업은 안드로이드폰을 10년 동안 공들여 개발해냈다. 물론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IT 고급 인력을 보유한만큼 투자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농협, 현대캐피털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해킹을 당해 사회적 파문이 크다. 이에 대한 견해는.

한마디로 말해 인재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가 그렇듯이 부실공사가 낳은 참변이다. 해커들은 가급적 뚫기 쉬운 곳을 골라 침입한다. 삼성이나 포스코 같은 기업에선 보안사고가 나기 어렵다. 시스템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기업들은 부실 관리를 해오다 해커들의 먹잇감이 됐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도 남의 얘기로 여기는 것 같다.

-신입사원 채용시 특별히 눈여겨보는 점은.

높은 스펙보다 꿈꾸는 사람을 좋아한다. IT 분야에 비전을 갖고 준비한 사람이면 OK다.

-경제서적도 많이 읽는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책을 보나.

경영기법을 다룬 책은 잘 안보는 편이고, 고전에 해당하는 경제서적들을 즐겨 본다.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는 감명깊게 본 책이다.

-IT산업의 부흥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업하는 입장에서 정부 탓을 하기보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소 SW업체들의 기술개발이 가능하게끔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환경을 조성해주었으면 한다.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결코 SW산업을 부흥시킬 수 없다.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10년이 걸렸지만 그 결과는 국부 창출로 연결되었다

이정규 기자 ikmens@e-segye.com

[ⓒ 이코노미세계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