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에서 직장인까지 '성인 사교육' 시장 키운다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입력 2011. 6. 16. 10:19 수정 2011. 6. 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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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동안에는 수능 준비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유명하다는 학원 강사를 쫓아다니고,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을 모조리 사 모은다. 산처럼 쌓인 책들, 족집게로 소문난 학원 선생님들과는 수능이 끝나는 순간 미련 없이 안녕이다. 그래서 바야흐로 '사교육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펼쳐지는 또 다른 사교육의 장, 이른바 '성인 사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고시촌으로 손꼽히는 노량진 거리. ⓒ시사저널 윤성호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직을 하려고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며 또다시 학원을 가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취직은커녕 졸업하려고 학원을 다니는 형편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영신씨(28·무직)는 졸업 전 1년 동안 영어학원을 다녔다. 졸업 필수 조건 중 하나인 토익 점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씨는 최근에도 일주일에 3일씩 영어 학원으로 나선다. "산 넘어 산이다. 이제는 대기업에서 토익 스피킹 점수를 원한다. 남들보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 취직을 하려면 학원에 가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이유로 학원에 온 친구들이 꽤 많다. 혼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학원의 힘을 빌리는 것 아니겠나."

"돈 벌려면 돈 들여 공부해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신입 구직자 5백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백84명(36.8%)이 취업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지난 2009년 4월 실시한 조사와 비교했을 때 6.5%가 증가한 수치이다. 관건은 돈이다. 취업 사교육 경험이 있는 1백84명의 1인당 한 달 지출 비용은 평균 26만9천원이다. 이 중 89.7%가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는 셈 쳐도 공부와 일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짬짬이 벌어서 학원비를 낸다 하더라도 생활비 걱정이 뒤따른다.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향해 아쉬운 손을 벌리게 된다.

서현주씨(25·대학 조교)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집에서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학원 강의를 들었다. 눈치가 보이더라. 고3 수험생 때는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대학까지 졸업한 성인인데 언제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를 잠시 접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공부를 하려면 돈이 든다. 역설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등잔불 밑에서 혼자 공부 열심히 해 서울대 간다는 이야기는 이제 정말 화석 같은 말 아닌가. 이쪽(취직 사교육)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재화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심리적인 한계라는 말도 적절할 것 같다." 그렇다고 취직을 준비하고 각종 전문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이 모두 학원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는 공부를 할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혼자서 공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들이 다 들으니까 나도 들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 부담감은 지금도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서씨는 지난해 시험에서 떨어진 후 임용고시 준비를 잠시 접었다. 그리고 학원비와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 한 사이버 대학의 계약직 조교로 들어갔다. 서씨가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에만 시험 준비에 들인 비용은 5백만~6백만원이다. 그녀는 "내가 쓴 것은 보통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강의는 샘플 강의를 다 들어본 뒤 네 개만 선택해 들었다. 교육학 기본 강의, 전공 기본 강의, 모의고사 해설 강의 두 개였다. 임용고시의 특성상 중·고교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를 비롯해 전공 서적까지 사야 할 책도 많았지만 다 살 수 없었다. 한 권에 2만~3만원 하는 이론서들을 다 사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2009년에 비해 학원비도 올랐다.

"학원마다 가격을 비교해서 싼 강의를 찾을 수도 없는 것이, 임용고시 바닥이 작고 다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다. 그리고 학원들이 해마다 똑같이 가격을 올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마다 2만~3만원씩 가격을 올리고 과목별로도 세분화가 심해지니 학원측에서 돈 벌려고 자꾸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고시생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씨는 또다시 임용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다. 물론 그때에도 학원 강의를 활용할 계획이다. "솔직히 모의고사 강의 같은 경우 질이 떨어지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이 많기도 하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학원에는 또 가야 할 것 같다. 요령 있게 쉬운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불안한 것도 해소할 수 있고."

성인 온라인 교육 수요만 2조2천억원 넘어

의류 사업에서 시작한 윌비스는 성인 사교육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초·중·고교 학부모 4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9천억원이다. 2009년(21조6천억원)과 비교했을 때 7천5백41억원 감소한 수치이다. 이에 비해 2010년 성인 사교육비, 그중에서도 온라인 학습 수요 규모는 2조2천2백43억원으로 전년도인 2009년(1조8천6백68억원)에 비해 7.4% 증가했다. 아직은 청소년 사교육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오프라인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전체적인 규모는 꾸준히 커지는 추세이다.

단순히 어학원, 고시 준비 학원만이 성인 사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성인 사교육 시장은 금융자격증 등 취업에 관련된 시장, 공무원·경찰·교원 임용 등 국가 공인 시험 시장, 사법고시·행정고시·의치의학전문대학원·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시장, 평생 교육 시장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다.

성인 사교육의 대상도 대학생 혹은 취업 준비생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성인 사교육은 전 연령층 그리고 직장인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서울 창천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 한 아무개씨(남·30)는 "주말마다 학원에 나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니기 전에는 몰랐는데 나가서 보니 나 같은 직장인들도 꽤 있었다. 시간과 돈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구직자, 직장인 그리고 평생 교육의 수요자까지 성인 사교육 시장은 이들과 함께 나날이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공교육보다 빠르고 정확하게…로스쿨 입학은 '메가'가 책임진다?

메가MD·메가로스쿨 등 '메가'의 힘은 여전하다. ⓒ시사저널 윤성호

'메가'는 성인 교육 시장에서도 통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 2006년 말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 학원인 파레토아카데미의 지분을 취득하며 전문대학원 수험 시장에 진출했다. 2004년 파레토아카데미는 매출액 15억원의 영세한 업체였지만 메가스터디에 인수된 후 2010년 매출액 2백17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메가'를 등에 업은 메가MD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날개를 단 것은 로스쿨 입시 전문 메가로스쿨도 마찬가지다. 메가로스쿨은 이미 동종 교육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메가로스쿨에 다니는 한 학생은 "이 학원이 이미 이쪽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고, 강사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입학과 관련한 정보도 빨라서 상담을 하면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영향력이 너무 커서일까. 중요한 사안조차도 메가로스쿨에 위임하는 대학교측의 무책임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생기는 등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하대 로스쿨 설명회에 참석한 김 아무개씨는 "입학 기준이나 LEET(법학 적성 시험) 점수, 그 밖에 세부 항목들을 학원에 위임하는 것이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학원'은 메가로스쿨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일 모레 메가로스쿨이 설명회를 하니 자세한 것은 거기 가서 들으면 더 잘 알 수 있다'라고 하더라. 대학교가 주최하는 설명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그 학교가 어떤 기준으로 뽑는지 자세한 내용을 직접 듣고 싶어서 가는 것인데, 입시를 대표하는 교수가 나와서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메가로스쿨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일부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대신 메가로스쿨이 주최하는 설명회에 참가 신청을 하기도 한다. 메가로스쿨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단적인 사례이다.

입학 상담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메가로스쿨에서 로스쿨 입학 상담을 한 학생은 "점수를 얘기했더니 상담하는 분이 경력, 영어 능력 등을 얘기하며 '아마 ○○대학교 추가 몇 번일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꽤 자세한 상담 내용이다. 그는 "선생님은 어떻게 아시냐고 물었더니 '내가 입시와 관련되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학교측) 사람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입시 시장에서 빠르고 구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수험생에게도 학원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찜찜하다"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이 학원에 다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학을 공교육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공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에 주도권을 내준 것 아닌가 해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세희 기자 / luxmea@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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