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꼭 있는 '월급도둑'.. 동료들은 속이 부글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2011. 4.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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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속 상사가 '자네가 외국어를 잘하니 수고 좀 해줘'라면서 자료 수집을 부탁하더라고요. 제 능력을 인정해주는가 싶어서 기뻤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작성한 자료를 갖고 보고서를 썼는데, 마치 자신이 다 한 것처럼 꾸며놨더라고요."(A증권사 황모 과장)

"회의 시간에 남들 의견에 무조건 반대부터 합니다. 딱히 이유도 없고, 그냥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해요. 별로 맡은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바쁜 척은 혼자 다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서 휙 나가버려요."(B제약사 김모 대리)

비싼 임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상사,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동료…. 어느 조직에나 있다. 먹고 놀면서 월급을 축내거나 남의 성과에 슬쩍 묻어가는 '무임승차족' 말이다. 일명 '월급도둑'이다. 영어로는 '프리라이더(free-rider)'라고 한다. 회사에 공헌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우대를 받고 있거나, 두둑한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연봉제·조기퇴직·성과주의 등 사회 변화와 맞물리면서 무임승차족을 둘러싼 조직 내 갈등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무임승차족이 직장 내 갈등을 조장해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를 흐리고, 성실한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서양에 비해 무임승차족이 증식(增殖)하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서양은 개인별 직무가 명확하게 주어지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의 일을 팀에서 함께 처리하다 보니 내가 안 해도 팀원 중 누군가 대신 하겠지란 생각에 남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군인지 원수인지"

무임승차족은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거나, 심지어 주말에도 나와 있어 언뜻 보면 회사에 몸바쳐 일하는 충견(忠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이 회사에 머무르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다.

패션업체에 다니는 K대리는 "직속 상사가 평일엔 실컷 놀아놓고선 꼭 주말이 되면 회사에 나와 일했는데 알고 봤더니 주말 근무 수당을 챙기기 위해서였다"면서 "주말에 나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월요일에 엄청 갈궈서 고달팠다"고 털어놨다.

대형 증권사의 H과장은 "옆 부서 김 과장이 일도 없는데 만날 회사에서 가장 늦게 퇴근해서 이상했는데, 알고 봤더니 회사에서 주는 야근 특식을 먹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무임승차족이 동료나 부하 직원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상사가 무임승차족인 경우엔 얼굴 붉혀가며 싸울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최경춘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은 "윗사람에게 보고할 때 책임자 부분에 무임승차자인 상사 이름을 명시해 두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이 박혀 보고서가 나가는 이상 업무에 보다 책임의식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무임승차형 상사를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최 본부장은 "자신의 역량을 더 발휘해서 종국엔 상사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로 일한다면 마음고생을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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