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진 27개국 중 임금하락폭 최대"
국제노동기구(ILO)는 15일 전세계에 금융 및 경제 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세계 평균 임금 상승률이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ILO가 전세계 115개 국의 임금 통계를 분석해 이날 발간한 '세계임금보고서 2010/2011'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전세계 평균 월별 실질임금 상승률은 경제위기 전인 지난 2007년 2.8%에서 2008년에 1.5%로 떨어졌고, 2009년에는 1.6%를 기록했다.
이 기간 높은 임금 상승률을 지속한 중국을 제외할 경우 하락폭은 훨씬 컸다.
중국을 제외한 114개 국의 평균 월 급여 상승률은 2007년 2.2%에서 2008년에는 0.8%, 2009년 0.7%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2007년 13.1%, 2008년 11.7%, 2009년 12.8% 등 두자릿수 상승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평균 임금의 하락 속도와 규모가 선진 27개 국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는 4.4%, 2006년은 3.4%를 기록했으나, 2007년 이후 3년간 -1.8%, -1.5%, -3.3% 등 마이너스 상승을 보였다.
이는 ILO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28개 나라 가운데 인구가 30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실질임금의 하향 조정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한국은 또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불일치 정도가 가장 큰 나라로 꼽혔다고 ILO는 밝혔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7.4%였으나, 임금 상승률은 18.3%에 불과해 생산성 증가분이 근로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낮았다.
ILO는 "한국 정부와 경제계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적극 실시한 것이 실질임금 삭감(wage cut)으로 나타났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40~45%까지 증가하면서 임금 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 격차를 키웠다"고 밝혔다.
ILO는 보고서에서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 이전부터 임금억제 정책이 대세를 이루면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임금 몫이 줄어 이미 위기가 예비 돼 있었다"며 "경제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세금 감면과 소득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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