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복, 영국 교복보다 비싼 이유 있었네

입력 2010. 11. 9. 21:37 수정 2010. 11. 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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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성수 기자]

지난달 영국에 다녀왔다. 중학교에 갔다 온 영국 친구 아이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놀이터에 가서 축구를 하고 논다. 그래서 그 영국 친구에게 "아니, 교복 떨어지면 비싼데 아이들 옷 갈아입고 놀게 하지 그래요?"라고 했다. 이런 나의 염려에 대해 그 영국 친구 답변.

"아니, 교복이 왜 비싸요? 일반 옷값의 30%밖에 안 되는데..."

그러니 영국 친구는 가급적 아이들에게 교복을 자주 입힌다. 옷이 헤어져도 일반 옷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으니 당연한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 교복이 심지어 웬만한 어른 양복보다 더 비싸다. 왜 그럴까?

담합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5월, SK글로벌(스마트), 제일모직(아이비 클럽), 새 한(엘리트) 등 교복 제조업체 3개사와 이들의 전국 총판 대리점들이 담합하여 교복 가격을 결정한 사실을 적발한 예가 있다.

또한 금년 2월 서산교육청은 입학철을 맞아 교복업체들의 담합행위가 예상돼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적발키 위해 공정위와 합동으로 조사활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7월에도 공정위는 교복 값을 담합한 울산지역 3개(아이비클럽 울산중구점, 에스케이스마트 울산중구점, 엘리트 병영점) 교복 대리점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즉시 담합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끝이 없다.

"울산 폐차업계 가격담합", "전세값 담합", "플라스틱 제품 원료, 오랜 담합 드러나", "의료폐기물업체 담합", "필름업체 7곳 '가격담합'", "정부, 농수산물 가격담합", "공공입찰용 신용평가 수수료 담합", "'학교.교실 납품' 삼성·LG전자 대규모 담합", "음료수 값 왜 일제히 오르나 했더니..롯데칠성·해태음료 가격담합", "담합 드러난 우유업체들", "주물용 고철가격담합..명성철강 등 25개사 적발",? "낙동강 24공구 턴키입찰 사전담합", ?"밀가루 담합업체, 제빵업체에 배상하라",? "'보험사기' 담합한 의사·환자 260명 적발", "조달청 가전회사 담합 제재 '골머리'", "의약분업 10년간 담합 84건", ?"육아도우미 가격 담합", "병원-약국간 담합", "국내항공사 2000년~2006년 국제항공요금 담합"...

이외에도 아이스크림, 밀가루, 설탕, 보험료, LPG, 휘발유, 교복 등 우리나라는 가히 '담합공화국'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담합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걸리는 기업에게 피해자인 우리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 다.

미국과 같이 기업 친화적인 정부에서조차 기업들이 담합을 하다 걸리면 과징금이 최소 소비자 피해액의 3배까지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다. 내가 고의로 남에게 10만 원의 피해를 입히다 적발되면 처벌받는 의미에서라도 그 피해액의 3배인 30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불하게 하면 다음부터는 불법을 저지른 기업들이 좀 몸을 사릴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담합 적발 시 도대체 과징금이 얼마이기에 기업들의 담합이 그칠 날이 없을까? 놀라지 마시라. 한국에서 기업들이 담합을 하다 걸리면 최대과징금이 소비자 피해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 말은 내가 불법과 고의로 남을 속이고 10만 원의 피해를 입히다 걸렸다 해도 과징금은 만원 안팎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 9만 원은 내가 당당히 수익과 이윤으로 챙길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30대 기업(공기업 제외)들의 63.6%가 담합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최근 경실련은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한국에서는 담합 피해자인 소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담합기업을 기소도 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의 담합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통해 직접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고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가 패소하더라도 피고의 소송비용을 원고가 한 푼도 부담하지 않도록 법률로 보장되어 있다.

더욱이 압권은 한국에서는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취한 부당이득인 담합 과징금을 우리 피해자인 소비자는 10원도 가질 수가 없다. 정부가 전액을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다고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극구 칭찬하는 우리 국민이 너무 착한 것인지 아니면 엄청나게 멍청한 것인지 현기증이 난다.

이래서 지금 한창 G20를 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의 담합이 하루도 그칠 날이 없다. 기업은 담합을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 소비자는 막대한 피해를 본다. 공정위가 조사해서 과징금을 매기지만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액의 10%정도이니 기업에서는 거의 부담 없이 계속해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허가받고(?) 담합을 계속 할 수 있다. 거기에다 그 10%의 과징금도 기업은 소비자 가격에 다시 반영하면 된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인 소비자는 이중으로 뜯기는 봉일 뿐이다.

우리보다 자본주의를 훨씬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에선 기업의 담합을 중대범죄로 보고 제재 수위를 나날이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담합의 범위를 소비재까지 아래로 아래로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정부의 규제와 처벌은 여전히 있으나마나다. 담합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공정경쟁도 파괴한다. 건강한 자본주의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담합이라는 고질적인 질병은 제거되어야 마땅하다.

미국에서는 담합에 대한 정부의 규제강화가 국내외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정부로부터 담합 집중관리 대상(블랙리스트)이 되고 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나가서도 새는 격이다. 얼마 전에는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 임직원이 담합 혐의로 미 정부에 막대한 과징금을 내고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한국 학생들도 학교에서 돌아와 가격이 다른 옷의 30%밖에 안 하는 교복을 입고 놀이터에서 힘차게 놀고 축구하는, 담합 없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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