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석패, 유시민의 도전과 한계

김은지 smile@sisain.co.kr 2010. 6. 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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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졌다. 그는 "야권연대와 선명한 정책 대결이 있었지만, 후보가 부족했다. 유일한 패인은 후보 개인이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3일 새벽 2시, 빨개진 눈으로 선거 캠프 사무실에 나타난 유 후보는 쉰 목소리로 낙선 인사를 했다.

유 후보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선거전 막판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이상 뒤졌다. 그러나 선거 당일 방송 출구 조사 결과에서는 4% 포인트 차이의 박빙이 점쳐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개표 내내 4~5% 포인트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52.20%, 유시민 후보가 47.79%를 득표했다. 방송3사 공동 출구 결과가 발표된 2일 저녁 6시까지만 해도 유 후보 캠프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며 흥분했다. 높은 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지 않던 3일 자정을 넘으면서 유 후보는 "쫓아가기 힘들다. 그래도 따라가 봅시다, 밤새"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시사IN 안희태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 손학규 선대위원장과 개표 방송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개표 현장에는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화에 앞장섰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 안동섭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후보,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이 들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색 티를 입은 사람들이 캠프 현장을 지키며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패색이 짙어지면서 참모들은 북풍 등 여러 가지 패인 요소를 꼽았다. 김문수 후보의 '안보 논리'가 군사 접경지역에 있는 경기 북부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또 다른 한 참모는 시간이 아쉽다는 말을 했다. 김 후보의 '북풍'에 맞서 단일화 바람이 일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해석이다.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투표의 4.04%가 무효표다. 유 후보 쪽은 선거를 3일 앞둔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사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결과라고 봤다. 유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투표 현장에서 심 후보의 사퇴를 알리는 홍보물이 잘 붙어 있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부재자 투표 중 심 후보에게 기표된 표를 합산한다면 아쉬운 패배라는 말이 돌았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패인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참모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 후보 쪽으로 다 흡수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경기도지사직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한 번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30만명 당원을 가진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과의 단일화에서 8000명 당원의 국민참여당의 유 후보가 0.96% 포인트 차로 이기며, 수도권 전체의 야권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김문수 대세론'을 바싹 쫓아가며 김 후보 쪽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 후보는 젊은 층의 높은 지지와 대중적인 인기를 재확인했다. 선거 유세 때 마다 20~30대의 핸드폰 카메라 촬영 요청이 쇄도했고, 40억이 넘는 '유시민 펀드'를 모금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 결과에서는 졌지만 유시민이 야권단일후보가 되면서 전국적인 야권의 선거판 분위기가 떴다"라며 선거의 의미를 짚었다.

ⓒ시사IN 안희태 시간이 지나면서도 표차가 좁혀지지 않자, 유시민 후보가 쓴 웃음을 짓고 있다.

유 후보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팬'만큼이나 뚜렷한 '안티층'을 끌어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2% 부족했다"라고 평가하는 유 후보는 전국적인 야권 강세에 비해 자신이 석패한 이유로 '인물론'을 꼽았다. 자신이 부족했던 탓이라고만 말했다.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다"라는 유 후보의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과 어딘지 닮았다.

낙선 인사 이후, 차기 행보에 대한 질문에 유 후보는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 제가 패배했다 하더라도 저의 꿈, 저를 지지하셨던 분들의 꿈은 그대로 살아있다"라고 대답했다. 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합당에 대해 "그 문제도 선거 끝나고 당원 동지들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도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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