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나자 '굿바이'..신뢰 무너져

입력 2010. 5. 12. 10:58 수정 2010. 5. 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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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IB스포츠 결별 비하인드 스토리

지난해 말 국내 피겨인들 사이엔 김연아 선수를 둘러싼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피겨여왕' 김 선수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기존 소속사(IB스포츠)와 결별하고 따로 '김연아 주식회사'를 차릴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그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연아 주식회사'의 공식적인 명칭은 '올댓스포츠(AT Sports)'다. 김연아 선수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안은 지난 4월 26일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 씨가 대표이사 겸 주주이고 김연아 본인도 주주로 참여하는 신설 법인 '올댓스포츠'를 4월 20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자본금 1억 원의 올댓스포츠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IB스포츠와 계약이 만료(4월 30일)되는 직후인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신생 매니지먼트사 설립에 대해 박미희 대표는 "IB스포츠는 여러 사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 김연아의 니즈를 반영한 선수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김연아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지안은 올댓스포츠가 김연아의 향후 활동과 관련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한편 김연아가 출연하는 아이스쇼 개최, 스포츠 꿈나무 육성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그것도 '국민동생'으로 칭송받는 김연아 선수가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겠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IB스포츠에서 김연아에 대한 관리를 전담해 온 구동회 부사장이 얼마 전 회사에 돌연 사표를 던지고 올댓스포츠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IB스포츠 측은 당장 구 부사장에 대해 해사 행위와 배임 등의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구 부사장 해사…배임 소송 계획IB스포츠 윤석환 부사장은 "김연아의 계약 만료 시점과 맞물려 회사를 그만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며 "이번 일은 IB스포츠 내에서 김연아에 대한 관리를 사실상 독점해 온 구 부사장이 IB스포츠 재임 기간 중의 경험과 노하우, 전문 지식 등을 통째로 신생 회사인 올댓스포츠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연아와 IB스포츠 간의 계약서에는 '김연아와 계약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18개월 이내에 IB스포츠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퇴사 후 2년간 김연아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올댓스포츠의 법무 대리인인 지안의 이상철 변호사는 "김연아와 IB스포츠 간에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퇴사한 구 부사장이 아직 올댓스포츠이 정식 직원이 된 게 아닌 상태이기 때문에 자문역 등의 역할을 맡는다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B스포츠 측도 이 조항의 법적 효력을 문제 삼아 구 부사장을 고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IB스포츠 측은 김연아 선수가 어머니와 함께 신설 법인을 만들어 새로 출발하려는 마당에 자꾸 김연아 선수와 어머니에게 '태클'을 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김영진 이사는 "사실 이번 문제는 김연아 선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주위의 많은 분들로부터 자꾸 오해를 받고 있는데 우리 회사로선 정말 앞으로 김연아 선수가 '올댓스포츠'에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IB스포츠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구 부사장의 '배임'과 '해사 행위' 부분이다. 통상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해당 선수를 붙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게 정상인데 구 부사장의 그간 행동에서는 이 같은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IB스포츠는 지적한다. 이뿐만 아니다. 그동안 김연아와 관련한 광고나 사업을 구 부사장 임의로 계약 만료 시점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 IB스포츠 쪽의 주장이다.

윤석환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사실 김연아 관련 업무를 구 부사장이 지나치게 독점해 온 면이 많다. 박 대표와의 접촉도 구 부사장이 기술적으로 중간에서 차단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부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구 부사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연아와 IB스포츠가 갈라선 데는 매니지먼트 비용도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김연아 측이 IB스포츠 쪽에 매니지먼트를 맡겼을 댄 수입 분배를 75(선수) 대 25(회사)로 했는데 만약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면 IB 쪽에 수수료를 주지 않고 생긴 수입 전부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이에 대해 IB스포츠 쪽은 계약 만료 시점에 90(선수) 대 10(회사) 선까지 김연아 쪽에 제시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박 대표의 경우 이미 마음에 다 결정을 내린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게 IB스포츠 쪽의 주장이다.

윤 부사장은 "박 대표는 김연아 관리에 있어 IB스포츠가 한계가 있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는데 정작 이런 부분과 관련한 이야기를 우리 회사 쪽에 정식으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양쪽의 소통 부재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중에 김연아 선수가 혹 IB스포츠에 복귀하는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아 측이 IB스포츠와 결별해 올댓스포츠를 설립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의 김종 교수는 "이번 일은 우리나라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계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선수도 커 나갈 수 있는데 매니지먼트 비용이 나가는 게 아까워 별도의 법인을 차린다는 것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가 피겨스케이팅 세계를 잘 아는 분이긴 하지만 개인이 하는 것과 전문적인 회사가 하는 매니지먼트는 엄연히 구분된다"며 "외국의 경우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은 IMG와 같은 거대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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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ㅣ한국과 외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스타 선수들, 대부분 대형 매니지먼트사 소속외국의 세계적인 선수들은 직접 회사를 설립하기보다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IMG. 이 회사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최경주, 앤서니 김, 세르히오 가르시아, 미셸 위, 폴라 크리머 등 골프 스타만 1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마리아 샤라포바도 이 회사 소속이다.

에이전트 제도가 완전히 정착돼 있는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 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봉의 5% 정도가 수수료로 책정된다. 여기에 광고 계약 등의 경우 20%가 에이전트 몫으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성용, 정대세, 추성훈, 박인비 등 20여 명이 소속된 IB스포츠가 주도하는 가운데 군소 업체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선수 2~3명으로 꾸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번의 김연아 선수 경우처럼 선수 스스로가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동 중인 박찬호의 경우 국내에 매니지먼트사 '팀61'을 설립했다.'팀61'은 박찬호의 등번호 61에서 따왔으며 박찬호 자신의 브랜드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JS리미티드'를 설립한 후 독립을 선언했다. 박지성은 지난 2006년 소속사인 FS코퍼레이션에 결별을 선언, 아버지 박성종 씨의 주도 하에 '박지성 주식회사'인 JS리미티드를 세웠다.

골프의 양용은도 'YE스포츠 드림 & 퓨처'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은 자신의 이니셜을 따 회사 이름을 'YE스포츠 드림 & 퓨처'라고 지었다.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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