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대부업체 광고, 그 돈 어디에서 나왔겠나

2010. 2. 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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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문진수 기자]한국의 대부업 시장은 이미 외국자본의 격전장이 된 지 오래다. 대부업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국내 대부업체 1~10위 회사가 모두 일본 계열 회사들임) 영미 계통 금융자본도 상당수 들어와 있다.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산와머니에 1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2006년이고, 같은 해에 스탠더드차타드은행(SCB)이 한국PF금융을 설립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씨티파이낸셜과 GE캐피털은 할부금융업으로 발을 들였으나 사업영역을 확장해 신용대출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대부업 이자율 한도가 66%였던 호시절에, OECD 국가 중 가장 넓고 두터운 저신용 등급자를 보유하고 있던 한국 대부업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들은 이 '쩐의 전쟁'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을까?

대부업체들, 얼마나 벌고 있을까

최근 2년간 일본계 대부업체 주요 재무현황(금융감독원 자료).

ⓒ 문진수

국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R캐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2006년과 2007년의 자본금 평균액은 133억 원, 해당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1600억 원이다. 2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무려 1200%(연평균 600%)다. 투자한 자본의 12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일본계 대부업체들 모두 2년간 엄청난 흑자를 냈으며, 자본금 평균금액을 상회하는 이익금을 남겼다. 감사 대상업체 중 14개가 2년간 벌어들인 수입이 4000억을 넘었다면 대형업체들이 올린 수익금 총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이다.

TV를 켜고, 케이블 방송 채널에 가보라. 유명 대부업체들이 쏟아내는 광고가 '공해 수준'이라 할 만큼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많은 광고비용을 감당하고도 투자원금의 1배에서 10배까지 이익을 냈다면, 가히 땅 속에서 노다지를 캐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위험도(Risk)가 높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좀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신용위험과 이자율은 서로 '정상관(正相關, positive correlation)'의 관계를 갖는다. 그러므로 이미 제도권 금융에서 돈 빌려주기를 거부한 사람들에게 위험 프리미엄(premium)을 붙여 대부하는 것을 약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이는 한국 대출시장의 허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자 하는 '시장 지상주의자'들의 궤변일 뿐이다.

마땅한 융자수단을 봉쇄당한, 혹은 이미 신용한도를 모두 소진한 사람들이 삶의 절박한 이유로 돈을 필요로 할 때,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고금리라는 걸 뻔히 알지만 돈이 필요한 수요자들이 시장에 실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리스크 높은 가난한 차용자'들의 융자 수단을 꽁꽁 묶어버리고,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라는 미명하에 이들을 고리대금업자들의 손에 넘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외국 자본에게 안방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들이 가난한 이웃들을 대상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기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란 말인가?

서민 지갑 터는 사금융, 그냥 두지 않으려면

그렇지 않다. 대출 영역의 폭과 넓이를 넓힘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다원화된 형태의 대출 시스템(Multi-Loan system)을 가져갈 수 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직업, 다양한 신용도를 갖춘 사람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대출상품들을 더 많이 개발함으로써 소비자 신용 이용자의 많은 부분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 신용업무를 시장의 논리가 아닌 공공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하면 된다.

대부업법의 이자율 한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정화(?)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섭리를 신성시하는 시장 지상주의자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정상적인 시장이 작동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등록 대부업체들에게 적용되는 이자제한법 제한 규정(30%)을 파격적으로 낮춤으로써,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다수의 대부업체들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정상적인 등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낮은 금리를 받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투명한 유리창'이 있는 공간으로 모든 대부업체들을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런 후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금과 이자율, 각종 수수료 등 대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별도의 공간(Online)에 공개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거짓 정보를 올리거나 규정을 어기는 행위 혹은 가격 담합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려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대부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부 이용자들은 불필요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생각한 바에 따라 희망하는 대부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간판 없는 어두운 지하실이 아니라 햇볕이 드는 공개된 상담창구로 공간 이동, 공급자 중심의 시장(Sellers' market)에서 수요자 중심 시장(Buyers' market)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금융 천국, 강력한 제재만이 막을 수 있다

이 방식은 규제 중심의 전통적인 관리패턴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기존 방식이 고리대금업자의 폭리를 완화시키기 위해 이자율을 흔드는 것이었다면, 이 방법은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을 포함하여 '金'자가 붙은 모든 기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그 운동장 안에서 각자의 개성과 색깔로 뛰어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운동장 안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이 있고, 만일 운동장 밖으로 나가게 되면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만 하면 된다.

불법 대부업체들의 만행(?)에 대해 국민들이 분개할 때마다, 감독관청은 언제나 관리인력 부족과 자원의 한계를 말해왔다. 등록 대부업체만 2만 개를 넘는 상황인데도 전국 지자체 담당자가 16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금의 실상을 잘 대변해 준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조악하게 작성된 대부업체 현황 목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전국 145개 지자체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109개 지역이 최근 3년간 한 번도 관할 지역 대부업체에 대한 자체 실사를 한 적이 없다는 의정보고서가 나올까?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관리인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한 강력한 시스템의 구축과 관리로 접근하는 길뿐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목도하면서 간다는 것은, 이 땅이 사금융 천국으로 변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와 다름없다. 특히 법률 한도를 초과하는 고금리 사채운용이나 불법 추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저신용 등급자군과 신용평가기관의 높은 정보력 그리고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삼박자를 이루면, 국내 사금융 시장은 말 그대로 꽃이 만개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된 것과 진배없다. 지금 국내 대출시장이 딱 그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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