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몰린 '해고 1순위' 사내하청 노동자

2010. 2.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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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년새 기능직의 2배로 늘어

업체들 정규직보다 먼저 정리

조선업계에 밀려든 불황은 '대한민국 조선호'의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종식(연세대 사회학과 박사 수료) 연구팀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조선소를 현장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수주량 급감으로 일부 조선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먼저 정리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2~3년 뒤 조선소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소에서 용접·도장·취부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중은 2000년 조선업 호황기가 시작되자 크게 늘어났다. 한국조선협회 자료를 보면, 2000년 대형 조선소 9곳에 직접 고용된 기능직(2만6045명)보다 적었던 사내하청 노동자(1만8149명)는 불과 8년 사이에 5만5927명으로 급증했다. 2000년 기능직 대비 69.8%를 차지했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2008년엔 189.7%로 기능직의 두배 가까이 늘어, 생산주역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 경남 거제와 통영에 세워진 에스피피(SPP)조선·21세기조선소 등엔 아예 정규 기능직이 없고,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산을 맡고 있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경영자들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노동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을 늘리는 것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잔업과 특근 등 평균 100~150시간을 더 일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인 시간당 4110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시작된다. 한달 평균 200만원도 손에 쥐기 어렵다. 원청업체는 하도급 계약 해지를 통해 손쉽게 하청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그러나 호황기에 확대재생산된 하청 노동구조는 불황기엔 '기능 인력의 고령화와 이탈'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한 하청업체 사장은 "하청 임금이 워낙 적다 보니 숙련공들은 쉽게 떠난다"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하청은 20~30년 일한 정규직의 숙련된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업체는 조수부터 자른다. 하청에는 조수를 키워내는 제도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조선소의 기능직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42.5살)에 이른 지금, 중간 허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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