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빚투자' 위험한 줄타기

2009. 9. 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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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LED 테마주 신용융자 몰려높은 수익률에 과감한 베팅… 자칫 쪽박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단기 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빚 투자'가 늘고 있다. 특히 신종 플루나 발광다이오드(LED) 테마주 등의 급등세는 빚 투자 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상환일이 정해진 빚을 막연한 대박 기대감에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 규모는 지난 3일 4조5244억원으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도 안 돼 5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개미들이 강세장이 지속되자 뒤늦게 빚까지 내면서 과감히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신용잔고 급증에는 증권사들의 신용투자영업 확대 영향도 크다. 한화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주식담보융자 한도를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늘렸고, HMC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신용융자 만기를 종전 90일에서 120일로 연장했다.

문제는 이렇게 빚낸 돈이 최근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테마주들에 몰리고 있다는 것. 신용융자 잔고가 4조원대로 올라선 지난달 11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신종 플루주인 '녹십자'(+346억원)와 '에스디'(+77억원)였다. 우리이티아이·루멘스·삼성전기 같은 LED 테마주와 유니슨·동국S&C·평산 등의 풍력주들의 신용잔고도 크게 늘었다.

일단 테마주 중심의 빚 투자는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신용잔고 증가 상위 20개의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 7.0%, 코스닥 28.2%로 지수 상승률을 훨씬 뛰어 넘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대박' 심리를 더 자극한다. 지난주 신종 플루 관련주들에 투자해 4일 만에 48%의 수익을 내고 빠져나온 회사원 정모(35)씨는 "언제 급락할지 몰라 조마조마했지만, 빚 내서라도 더 투자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소형 테마주에 대한 신용투자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신용투자는 상환일이 정해져 있어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반등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융자 상환일에 신용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추가 하락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테마주는 실제 기업가치보다 군중심리에 의해 급등락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 주가 폭락 위험도가 높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상승하는 종목이 신용잔고 증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단기적인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상승추세가 꺾일 때 단기 매도 물량이 쏟아져 폭락할 수도 있다"면서 "업종 대표주와 같은 핵심주로 매매를 하되 신용잔고 수준이 높지 않은 종목으로 매매 대상을 압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현 조민영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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