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법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마저 흔들 조짐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은 정부의 정원규제로 인력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해 왔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정부 출연연구기관만 보더라도 전체 고용인력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내외에 이른다. 비정규직 인력을 배제하고는 국가 R & D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도 석사후연수생, 박사수료후연수생, 박사후연수생, 기간제 계약직, 위촉연구원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비정규직들이 비정규직 관련법 발효로 무더기 해고사태를 맞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총 215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94명에 대해 6월30일자로 해고 조치를 내렸다. 석사후연수생 43명, 기간제 계약직 32명 등이 포함된 수치다. 이중 연구시설이나 장비 운용 등을 맡는 기간제 계약직 28명과 위촉연구원 6명을 도급으로 전환, 실질적인 해고대상자는 60명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대형 연구장비 등의 운영업무가 많아 관련 비정규직 인력도 많다. 정규직 181명에 비정규직이 140명이다. 이중 37명이 30일자로 해고됐다. 가능한 한 4명 정도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게 연구원의 계획이지만 나머지 30여명은 그간의 장비 운영 및 연구경험을 활용할 길이 없어지게 됐다. 기초연은 12월까지 23명을 더 해고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체 1800명의 인력 중 정규직이 700명뿐이다. 나머지 1100명은 학연협력 학생, 연수생, 기간제 계약직, 위촉연구원 등으로, 이번
비정규직법 적용대상은 200명 내외에 이른다. 기간제 계약직과 위촉연구원들이 주를 이룬다. KIST는 비정규직법에 대비해 이전부터 계약직 직원과 위촉연구원들에 대해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계약갱신은 하지 않고 있다.
천문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번 법안 발효로 각각 7명과 3명의 비정규직 인력을 해고했다. 생명연은 특히 전체 직원 1000여명 중 정규직은 300여명에 불과해 1, 2년 사이에 박사후연수생 등을 제외하고는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정규직 인력이 핵심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사무나 연구 지원, 장비 운영, 실험데이터 수집 등 없어서는 안 될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해고사태는 연구 집중력과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일선 기업에서는 필요하면 인력을 자유롭게 뽑을 수 있지만 출연연은 정원이 엄격하게 규제돼 있어 신규채용이 어려운 만큼 비정규직법안 잣대를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기초연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안 발효로 6년 가까이 딸처럼 가까이 지내고 실험데이터 수집 등 중요한 일을 해온 팀원을 내보내야 했다"며 "정원이 묶여있는 출연연에 기업과 같은 기준의 비정규직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과학기술 R & D는 워낙 전문성이 강해 기존 업무경험을 다른 조직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출연연 인력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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