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기업에 '부실사업' 떠넘기기

2009. 4. 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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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인운하·공항철도 맡기고

민간 건설사 위기도 지원케

부채 늘어 재정악화 불가피

정부가 경인운하 등 경제성이 불투명한 국책사업이나 민간업체들의 부실을 공기업에 억지로 떠넘겨 공기업 재정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해당 공기업 노조들은 "정부가 부실 사업을 떠안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총 사업비 2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경인운하 건설을 수자원공사에 맡겼다. 국토부 이우재 운하지원팀장은 19일 "경인운하는 수자원공사에서 회사채(연리 3~5%)를 발행해 건설 비용을 조달한 뒤 배후단지 분양 수익금, 항만 이용료 등의 운하 운영 수익금으로 비용을 갚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경인운하 배후단지는 땅값이 비싸 분양이 어렵고, 운하 운영 사업도 경제성이 없어 수공이 그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코레일도 국토부 요구에 따라 인천공항철도의 민자 지분을 곧 인수하는데, 인수 재원은 대부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공항철도 인수에는 1조1천억~1조3000억원이 든다. 인천공항철도는 운영 수익이 애초 예상치에 훨씬 못 미쳐 지난해 정부 보조금이 1600억원에 이르는 등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어 "매년 6000억~7000억원의 운영 적자에 허덕이는 빚더미의 철도공사에 인천공항철도의 부채와 부실을 떠넘기면 결국 철도산업은 전체가 파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건설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토공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건설회사 보유 토지를 매입하는 데 각각 3838억원과 3504억원을 썼다. 5월에는 7000억원을 들여 건설사 토지를 또 사들인다. 토공은 이미 판매 계약을 맺은 토지 대금마저 경기 악화로 잘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토지를 사들이는 데만 수천억원을 써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

주택공사는 지난해 6100억원을 투입해 미분양 주택 5028가구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는 3000가구(4000억여원)를 더 매입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51조8000억원에 이르는 주공의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사업까지 공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에 따른 공기업 부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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