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2009. 3. 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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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이윤추구 거대자본·다국적기업 신뢰 잃어"사회적 기업이 위기속 새 희망" 한목소리

"거대 자본과 다국적기업의 시대는 끝났다. 경제 권력이 시민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에서 나온 목소리다. 포럼 참석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경제위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세계경제의 희망을 찾았다.

포럼에선 구체적인 사례로,'마이시4'(MYC4)라는 사회적 기업이 소개됐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웹2.0 기술에 기반을 두고, 제 3세계 소기업과 세계 각지의 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취지는 제 3세계의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소기업활동 돕자는 것이다. 마이시4는 창업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1만4천명의 투자자들을 모아 아프리카 각국의 소기업 4500곳에 한국돈 기준으로 150여억원을 투자했다. 거대 다국적기업처럼 잘 알려진 브랜드도 없고, 정부가 나서 공신력 뒷받침해주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인 개인투자자들이 마이시4 사이트를 통해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무엇이 이 사이트에 힘을 불어 넣은 것일까?

스콜포럼에 참석한 67개국 800며명의 사회적기업가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변화를 이끄는 힘이 더 이상 거대 자본이나 다국적기업에 있지 않으며, 개인과 시민사회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시4의 공동 창업자 마즈 카예르(Mads Kjaer)는 이 놀라운 성공의 비결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파트너로 정부나 자본 대신 '개인'을 선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데 권력이나 자본의 힘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시민을 통제하려는 정부 대신 시민을 대변하는 엔지오가, 시민에게서 이윤을 얻으려는 다국적기업 대신 시민에게 성과를 돌려주려는 사회적기업이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자본과 다국적기업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국면에서, 소비자와 시민은 공급자 논리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만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위기와 함께 금융자본과 다국적기업은 빠르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투자은행과 다국적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위기 주범'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있다.

전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권력은 이제 쪼개져 개인과 시민사회로 이동한다. 기술은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웹2.0과 블로그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1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도 평가할 수 있는 금융 기법이 확산된 것도 개인과 시민사회의 정치, 경제적 힘을 키우고 있다.

경제권력의 이동은 시장지형의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서는 경영의 목적과 원칙을 바꿀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펼치는 사회적기업은 큰 기회를 맞고 있다. 재무 성과만 추구하는 영리기업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신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사회적기업에 자원이 흘러 들어올 여지가 커진 셈이다. 또 빈곤문제 해결,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영역은 위기 때 더욱 절실해진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르케이(R.K.) 파차우리 박사는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경과 사회를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은, 시장만능주의로도 국가사회주의로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회적기업이 새로운 대안이다." 이베이 설립자인 제프 스콜은 포럼을 마치며 "지금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 주류에 들어설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스콜세계포럼 참석자들은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들의 '담대한 희망'이 얼마나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옥스포드(영국)/글·사진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김지예 연구원 timelast@hani.co.kr

■ 스콜세계포럼은

세계 사회적 기업가 포럼 사회혁신 방안 등 논의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스콜세계포럼'은 이베이 창립자인 제프 스콜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세계 사회적 기업가 포럼으로, 2004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이했다.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사회 혁신가들이 모여 다양한 경영 기법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회 문제 해결책을 논의한다.

올해 포럼에는 67개국에서 800여명이 참석해, 주로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 변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제프 스콜 이베이 설립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국제연합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의장인 아르케이 파차우리 박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 명망가뿐 아니라 사회적기업가, 시민운동가, 금융 및 경영 전문가, 정치인 등 다양한 그룹이 참여해 분야별 사회혁신 방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기법, 미디어의 새로운 구실 등을 논의했다.

과거 스콜세계포럼에서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 등 인권, 환경, 평화 등의 전 지구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유명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원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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