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우리에게 MB가 있다는 건 행운"

2008. 12. 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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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에게) 경제적인 식견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지난 23일 밤, 방송통신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한 말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송년회 인사말에서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군 생활과 캄보디아에서 겪은 경험을 소개한 뒤,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앞에 닥친 (경제적) 시련과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관련, "나는 이명박이라는 사내의 개인적인 식견과 양식과 능력을 믿는다"며 "이번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mentor·정신적 후견인)'이자 '형님'으로 불리는 실세다. 때문에 방통위원장 취임 당시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됐던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MBC의 민영화를 압박하고 보도 태도를 문제 삼는 협박성 발언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호질기의? 나는 호의기질로 바꾸고 싶다"

당초 일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행사장에 도착한 최시중 위원장은 인사말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뒤,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2008년 사자성어는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가진 사람이 의사를 멀리한다'는 것이라던데, 나는 '호질기의'가 아니라 '호의기질(護醫忌疾), 의사를 가까이 함으로써 병을 갖지 않겠다'로 바꾸고 싶다. 여러분들이(기자들이) 의사가 되어서 제가 병을 갖지 않도록 따뜻하게 지적해 달라."

앞서 <교수신문>은 지난 8~16일 주요 일간지 필자와 각 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잘못이 있는데도 충고 받기를 싫어한다"는 뜻의 '호질기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 조사는 김풍기(강원대·고전비평) 교수 등 8명의 교수로부터 추천받은 사자성어 5개를 추려 벌인 것이다. 호질기의를 추천한 김풍기 교수는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올해, 정치권은 국민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했다"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얼른 귀를 열고 국민과 전문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도 "국민과 소통에 무관심한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부자·고소영 정권'이라는 오명 속에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쇠고기 파동, 촛불시위, 금융위기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것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시중 위원장으로서는 상당히 유쾌하지 못한 사자성어인 셈이다. 그래서 최 위원장은 '호질기의'를 '호의기질'로 바꾸고 싶다고 강조한 것일까?

최 위원장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며 지난 1년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정권 인수위 발족하면서부터 방통위원장이 될 때까지, (언론에서) 대통령 밑으로 요직이라는 요직은 다 두루두루 섭렵하도록 해주셨다"고 웃어보였다.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 등 주요 인선 때마다 물망에 올랐고, 최근에는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점을 빗댄 말이다.

"(언론에서) 여기 간다고 썼다가, 또 저기 간다고 쓰고... 평생 안 해볼만한 직책은 두루두루 거치면서 위원장에 발령이 났다. 인사청문회에서 얼마나 혼이 났나. 그것 거치고 나니까 총선, 쇠고기 파동, 촛불시위가 있었다. 숨 돌릴만하니까, 미국발 경제 위기 쓰나미가 밀려왔고, 지금 어려움 맞고 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기자들이) 준 충고와 채찍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았다. 우호적으로 쓴 글(기사)이나 아프게 쓴 글(기사)이나 게의치 않는다. 다 같이 아픈 글만 썼다면 저는 쓰러졌을 것이다. 또 다 같이 좋은 글만 썼어도 저는 쓰러졌을 것이다."

"이명박이라는 사내의 식견과 양식을 믿는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에 대한 소회와 함께 자신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장시간 설명했다. MBC 민영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 민영방송으로서 MBC로 일컬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MBC의 '정명'(正名)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가 MBC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언론인 여러분들에 대해서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언론인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정치나 행정 하는 사람들은 5천만 국민을 한꺼번에 접촉할 수 없다. 정치나 행정 하는 사람들은 언론인 1명당 수십만, 수백만 명의 국민을 만나는 것과 같다. 우리가 국회의원들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언론인은 (정치인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언론인 만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더 책임감과 사명감, 포용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의 언론관은 그렇다.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들을 동생처럼 가깝게 생각하고 있다. 제 행동이 거칠더라도 여러분을 믿고 그러려니, 생각해달라."

최근 군 부대를 위문방문했던 일과 1950년대 후반 자신의 궁핍했던 군 생활 경험담을 소개하던 최 위원장은 "정치적인 문제로 연관지어서 해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이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가장 큰 동기는 캄보디아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아마 2003년이었을 것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고 놀랐고, 킬링필드 학살 현장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1966년) 아시안게임을 했던 스타디움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더 놀랐다. 내가 중학생 때 전쟁이 났는데, 배가 고파서 미군이 점심이나 저녁에 외출 나오면 과자 얻어먹으려고 막 따라다녔다. 폐허가 된 스타디움에서도 지나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원달러, 원달러' 하더라.

제가 느낀 것은 30~40년 후 우리 아들 딸, 그 아들 딸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우리나라를 만들어 줄 것인가. 올림픽 스타디움, 월드컵 스타디움을 어떤 모습으로 남겨줄 것인가. 결코 폐허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경제적인 식견과 추진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이명박 당신이라고 말했다."

낙후한 캄보디아의 경제 현실을 보면서 '대한민국 경제대통령'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인 식견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며 "우리 앞에 닥친 시련과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대선을 함께 치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나는 이명박이라는 사내의 개인적인 식견과 양식과 능력을 믿는다. 이번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외국에서 정상회담 끝내고 야간 비행기 타고 다시 돌아와 다음날 아침에 경제 관련 회의를 하는 것을 보고 '바로 그거다. 이명박이 너, 그 정신과 힘이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경제 위기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 위원장의 건배사는 '나.가.자!'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 고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도자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우리의 영도자 이 대통령을 위해 힘껏 지원하는 열정을 가슴에 새기자"며 "이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전대미문의 대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이대로"를 선창하면 참석자들이 "나가자"라는 구호로 답하는 건배사를 제의했다고 한다. '나가자'라는 건배사는 최 위원장의 단골 메뉴다. "나라와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게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23일 방통위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나가자"를 외쳤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고향(포항) 인근인 경북 영일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 57학번 동기생이며 이 대통령의 대학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대통령은 물론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도 그를 '형님'으로 모시는 이유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최 위원장에게 흉금을 터놓고 모든 일을 상의하고, 최 위원장 역시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마다 그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캠프가 출범하자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전략기획 및 여론대책 수립 업무에 관여했고, '6인회의'로 불렸던 이명박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 대선 본선 때는 선대위 상임고문 자격으로 캠프에 참여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시작될 시점(5월 6일)부터 국무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위인설관(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의 성격이 강하다.

최 위원장은 동양통신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 정치 담당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지난 1994년부터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면서 정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내정되자,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을 실현하기 위한 정략적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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