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발행 안하는 이유는

2008. 11.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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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 정부가 10만 원짜리 고액권의 발행을 무기한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은 10만 원짜리 고액권의 뒷면에 들어가는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액권 발행이 수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렵게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기한 연기' 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 많은 진통 속 결정..돌연 중단고액권 발행 작업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6년 12월22일 국회에서 `고액권 화폐 발행을 위한 촉구 결의안'이 의결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은은 오래전부터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나 정부와 정치권 일부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국회가 촉구결의안을 의결하자 당시 재정부는 "정치권이 합의해 고액권 발행을 지지하면 정부로서는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사실상 추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한은은 지난해 5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고액권 발행 계획을 발표하고 초상 인물과 보조소재 선정을 위한 화폐도안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실무작업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간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조사를 거쳐 11월에 10만원권은 백범 김구, 5만원권은 신사임당으로 인물 도안을 확정했고 12월에는 10만원권의 보조 소재로 대동여지도 등을 선정했다.

정부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31일 디자인이 확정됐고 올해부터 조폐공사는 시제품 제조 작업을 진행해 았다. 그러나 올해 9월 10만원권에 대한 작업이 중단됐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현재 10만원권 발행작업을 잠정 중단된 상태이나 연말까지 검토한 뒤 최종결정을 하겠다는 것이지 무기한 연기나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한은 역시 표면적으로는 "발행중단을 요청한 정부로부터 10만원권 발행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통보가 온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정부와 한은 내부에서는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이 `사실상 포기' 쪽으로 가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이미 강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포기를 충분히 시사했다는 것이다.

◇ 당국 "독도 문제 때문"재정부와 한은이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중단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뒷면에 들어가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독도가 없다는 점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 국민적 정서 등을 감안하면 10만원권에 독도를 그려넣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동여지도를 조작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독도가 그려져 있다는 필사본은 대동여지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지도라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10만원권의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정부와 한은의 설명이다.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감에서 "대동여지도와 관련된 부분의 작업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독도 관련된 부분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인물초상의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상 10만원권 발행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감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5만원권, 10만원권 발행과 관련해 10만원권은 여건상 시급하지 않은 것 같다"며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다 사실상 5만원권을 발행하면 거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데 10만원까지 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도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 다른 이유는 없나독도문제가 10만원권 발행 작업을 잠정 중단하는 이유는 될 수 있으나 무기 연기 사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도가 문제라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다른 도안으로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경제여건 등을 감안하면 10만원권은 시급하지 않다는 주장도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나온 이야기여서 새삼스럽게 `무기한 연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재정부와 한은도 구체적인 설명을 못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왜 중단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잘 모른다"면서 "정부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들도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를 비롯한 전자화폐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굳이 고액권이 필요하지 않고 ▲물가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고액권이 부정부패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이유들은 고액권 발행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논란을 거쳐 일단락된 문제들이다.

한은은 자기앞수표가 화폐 역할을 하고 있고 수표관리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고액권 발행이 결정됐는데, 무기한 연기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상당히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이 `없었던 일'로 되돌려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물초상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조 도안(대동여지도) 때문이라기 보다는 앞면 도안에 김구의 초상이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보수층에서는 고액권 인물로 김구가 아닌 박정희 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넣자는 주장을 해왔는데, 정치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10만원권 발행을 아예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이유로 오랫동안의 공론화와 국회촉구 결의, 정부승인, 금통위 의결 등을 거친 사안이 무효로 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꽤 있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김구선생을 문제삼아 10만원권 화폐발행을 중단했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이지 않은 데다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재정부는 의혹이 증폭되기 전에 발행중단의 진정한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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