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다시 폭등..1,500원도 넘을까

2008. 10. 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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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서 1,500원을 넘보고 있다. 아이슬랜드와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 처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외국인의 이탈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가 기피 통화로 인식되고 있어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등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당국의 대책이 뚜렷한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환율이 하향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환율 10년만에 1,400원 돌파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5.80원 폭등한 1,408.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일간 93원 이상 급등하면서 1998년 9월 이후 10년 1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7월 말 1,000원 선이던 환율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9월 초 1,140원대로 상승한 뒤 1,08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변했다.

이달 9일 장중 1,485.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외환당국과 수출 대기업의 달러화 매도로 4거래일간 급락하면서 1,200원 선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국내외 주가 폭락의 여파로 폭등하면서 결국 1,400원 선을 넘어버렸다.

현물환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소규모 매수에도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장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현물환 거래량은 25억3천만 달러로 2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날 30억 달러에 턱걸이했지만 지난달 하루평균 거래량 8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10일 환율의 하루 중 변동폭은 235.00원으로 외환위기 여파로 사상 최대치였던 1997년말 이후 10년 10개월여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후로도 30~100원 범위에서 급등락하고 있다.

◇ 대외 불안정으로 위험기피 심리 확산대외 경제 위기 여파로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면서 환율을 급등시키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파키스탄과 벨로루시 등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아르헨티나마저 7년 만에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올해 들어 36조3천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지난달 말 이후로는 14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16거래일 간 순매도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뉴욕 증시 둔화와 외국인 이탈 등의 여파로 1,000선을 위협받는 점도 원화 약세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146억7천5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수급 측면에서 달러화 수요 우위를 만들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무역수지가 1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661억 달러에 달하고 있어 매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의 외화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외화자금 시장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점 역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현, 선물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20일 -3.00원이었지만 원화를 대가로 외화를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나자 급락세를 보이면서 이날 -6.00원으로 하락했다.

◇ "1,500원 넘어서면 위험"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만큼 1,500원을 향한 상승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 간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외화 유동성 경색 현상이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출 호조세가 둔화될 수 있는 점도 환율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22일 "수출이 올해 4분기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4% 성장하기가 쉽지 않으며 내년 수출은 두자릿수 증가율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LG경제연구원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외환시장이 오버슈팅(단기과열)된 상태여서 단기적으로 1,500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이 외환보유액 부족이나 경제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대외 불안의 영향이기 때문에 1,500원을 넘더라도 과거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것을 차단하려면 미국 정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국제금융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달 15일로 예정된 G20 정상회담에서 국가 간 공조 여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G20 정상회담 전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로 예상되는 2~3주 정도를 무사히 넘기려면 유동성 정책 외에 행정적 조치를 세울 필요도 있을 것"이라며 "미 국채 등을 담보로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원활한 공조가 이뤄지고 당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 환율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과의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외환시장이 본격적인 안정기조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수석연구원도 "현 수준이 균형환율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면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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