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엘리트들은 기생충.. 서민 살려야 위기 극복"

2008. 10.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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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13일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대공황 때 가난한 사람들을 살리려 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 1회 라디오 방송 때는 모든 국민 다 모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자를 잘 살게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한다. 누가 라디오를 듣겠냐."

13일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그는 "서민·노동자·농민이 다 죽었는데, 이들을 살리지 않으면 우리는 공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의 마지막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였던 김 교수는 이날 오후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에서 "금융위기는 금융활동의 사기성·투기성·기생성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산업자본가가 산업의 혁신을 통해 이윤을 얻으려 하지 않고, 금융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실업자가 증가하고, 평균적인 임금수준이 저하됐다"며 "이러한 산업공황이 해결돼야 금융위기는 해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강연을 찬찬히 살펴보자.

"금융엘리트에게 국민 혈세 지원해선 위기 해소 못한다"

김수행 교수는 우선 미국 정부의 금융위기 해소 방안과 관련, "7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은 참 웃기는 일"이라며 "현재의 금융위기는 구제 금융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가 올 때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부자가 된 금융엘리트를 위해 국민의 혈세로 구제 금융을 지원했다"며 "자본주의는 기생적·사기적·투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돈이 모여 있다가 거품이 터졌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IT거품의 붕괴를 그 예로 들었다.

"1990년대 미국은 IT산업으로 큰 호황을 맞았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금융기관이 큰 손해를 봤다. FRB가 금리를 낮추고 싼 자금을 대규모로 이들 금융기관에 공급했다. 그 돈이 모두 IT산업으로 들어가 과잉생산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2001년 IT거품이 붕괴됐다."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IT거품 붕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이 거대한 은행 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들어갔다"며 "투기가 갈 때까지 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가니 돈 없는 사람도, 원리금 못 갚는 사람도 장기대출을 받았다, 주택이 투기 상품이 됐다, 모기지 업체는 주택 저당권을 투자은행에 팔았고, 투자은행은 이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금융기관에 팔았다"며 "결국은 사기였다"고 강조했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주택산업의 과잉생산은 금융기관의 파산·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금융의 투기성의 예는 이뿐이 아니다. 그는 "FRB가 이자율을 엄청나게 내리니 은행이 곡식, 금, 석유에 투기했고, 석유 값이 150달러까지 갔다"고 밝혔다. "금융활동은 노름... 생산활동에 위기 해결 답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13일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김수행 교수는 "금융은 노름하는 것과 같다"며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경제의 금융화(금융부문의 비대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제조업체가 생산을 해 돈을 벌 생각은 안 하고, 전부 주식, 채권을 사려 해서 산업이 완전히 죽으면서 금융만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으로 새로운 가치가 생산되지 않으면서, 돈을 가진 사람들이 주식시장의 내부 정보를 빼내서 돈을 번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엘리트들은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아 간다, 그들은 사회적 기생충"이라고 성토했다.

김 교수는 "그들은 2006년 초반까지 '우리가 최고다', '모든 걸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 '부익부 빈익빈 될수록 경제가 잘된다'고 했는데 이는 '무당 경제학'"이라면서 "이제는 이렇게 위기가 찾아왔으니 그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산분리 하자는데, 금융은 사기"라며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식하고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사람, 즉 금리 생활자들을 안락사 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동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위기 탈출구를 비금융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미국 국내 제조업을 살리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금융 불안에 항상 당할 수밖에 없고, 회복하는 데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미국경제는 개인의 빚으로 이뤄진 민간소비로 지탱됐다. 앞으로 빚으로 소비와 투자를 유지할 수 없다. 미국은 빈부 격차를 줄이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 등 국내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실업자에게 실업 수당 주고 고용을 지켜줘야 모기지 대출 받은 사람들이 돈을 상환하지 않겠나."

미국 '깡패자본주의'는 우리 미래상 아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13일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나라 역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이렇게 붕괴해 버리면 우리나라는 꼼짝 못한다, 소득 분배를 해서 서민·노동자·농민들의 구매력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출을 위한 제품 가격 인하→ 임금 억제·비정규직 증가→ 구매력 축소→ 국내시장 축소로 인한 돌파구로 수출 선택'이라는 국민 고통의 악순환이 쳇바퀴처럼 끊임없이 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30%가 돈 없어 병원 못 가는 미국의 '깡패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상이 아니다, 한미FTA도 비준해서는 안 된다"며 "스웨덴의 복지국가처럼 평등주의·연대주의·평화주의로 국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김 교수는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외환보유고가 2300억달러로 IMF 때와는 다르다고 하는데, 원화가 폭등하면 정부가 가만히 있느냐"며 "자꾸 외환보유고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단기외채를 한꺼번에 빼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때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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