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⑦우리의 위기 징후들

2008. 9. 21. 0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축銀ㆍ중소기업 부실 선제 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미국발 신용경색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에서도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세계경기의 위축은 필연적으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는 금융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수출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해외 불황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데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중소기업과 가계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 경기침체가 시발점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출발점은 경기침체다. 이미 내수가 바닥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경기 둔화로 수출마저 둔화된다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위험요소들이 고개를 들면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예상되는 경로는 글로벌 신용경색→세계경기 둔화→국내경기 하강→부동산가격 급락→중소기업(건설사) 부실→저축은행 부실→은행권 부실→신용경색→위기 확산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의 부실이 종합금융사(종금사)와 은행을 무너뜨리면서 외국자본의 이탈을 초래했다면 앞으로의 위기는 경기침체로 타격받는 중소건설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위원은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 지방건설사가 연쇄도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중소건설사에 대출을 많이 해준 저축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물가와 이에 따른 고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금융권의 위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작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세계경기 둔화는 한국경제의 침체를 장기화시킬 수 있으나 위기를 촉발할 정도는 아니며 미국과 달리 한국의 은행권과 저축은행은 밀접하게 결합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 연구위원은 "미국은 저축 없이 과잉소비에 몰두해 위기를 불러왔으며 제1 금융권과 제2 금융권이 파생상품 등을 통해 2중, 3중으로 결합돼 있어 문제가 커졌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과잉소비 상태도 아니며 금융기관 간의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 금융기관 안전한가

금융권에서 취약 부문으로 꼽히는 곳은 저축은행이다. 전국 106개 저축은행의 2007 회계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 순이익은 4천794억 원으로 전년보다 30.3% 급감한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6월 말 현재 9.42%로 1년 전에 비해 0.51%포인트 떨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이 저축은행 수익성 및 건전성을 악화시켰다.

미분양 주택이나 상가가 몰려있는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반기에 지방 5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5% 아래로 떨어져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 개선을 위한 적기시정 조치를 받았다. 2개 중소형 저축은행은 인수.합병(M&A) 등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권에 부실이 생기더라도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3조6천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의 2.4%에 불과하고 PF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9천600억여 원으로 필요 금액보다 4천억여 원이 많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시중은행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려, 예금은행 기준으로 230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보인정비율(LTV)이 작년 말 52.2%에 이르러 담보가치가 충분한 만큼 집값이 `반토막'나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부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은행들은 설명하고 있다.

◇ 자금조달 어려워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이미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외화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한국 채권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4월 말 현재 0.77%에서 지난 16일에는 2.6%까지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부도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최근 발행할 예정이던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을 잠정 연기했으며 대부분 시중은행들도 중장기 해외채권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단기 외화조달 시장에서도 달러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3% 안팎에 그쳤던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차입인 오버나이트 금리는 지난 17일에는 10% 안팎까지 치솟았다.

중장기 외화차입뿐 아니라 단기차입마저 급격히 경색되면 은행은 비싼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당장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432억 달러로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말 89억 달러의 27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1997년 말 716.4%에서 올해 6월 말 68.0%로 낮아져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국은행은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달러를 구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경우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기업의 자금사정은 악화되고 경기 둔화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keunyoung@yna.co.kr

<긴급속보 SMS 신청>

<포토 매거진>

<스포츠뉴스는 M-SPORTS>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