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인수추진 산업은행 '따가운 시선'
ㆍ금융계 "민총재 무리한 욕심 치명적 사태 올뻔"
ㆍ'적극 반대' 전광우 금융위원장엔 "판단 적절"
미국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라더스가 15일 파산을 신청하면서 지분 인수를 적극 추진했던 산업은행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제지로 산업은행은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포기했지만 자칫 국내 금융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의 '욕심'이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산업은행 총재에 선임된 뒤 단 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민 총재로서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앞두고 독자생존을 위해 해외 IB 인수에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도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할 경우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비등했지만 산업은행은 리먼 브라더스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지난 10일 리먼 브라더스 인수 협상 중단을 공식 발표할 때도 산업은행은 '현 시점'이라는 단서를 단 바 있다. 경제 상황이 호전되거나 리먼 브라더스 인수 가격이 떨어지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민 총재와 리먼 브라더스의 '특별한 인연'도 논란거리다. 민 총재는 산업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까지 리먼 브라더스증권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민 총재가 리먼 브라더스를 살리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전달될 뻔했다"며 "민 총재의 해외 금융기관 인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적극 제지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주가를 높이게 됐다.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위원장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김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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