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저가항공, '죄다' 유류할증료.."설마 담합?"

2008. 8. 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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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그칠 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국내 항공사가 지난달 초부터 국내선에도 유류할증료를 적용한 데 이어, 저가항공사들에도 유류할증료 도입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지난달 하순부터 운항하고 있는 국내 노선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운항에 돌입한 저가항공사인 영남에어와 진에어 역시 유류할증료를 요금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이제 막 운항을 시작한 저가항공사들마저도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경영 상황을 어느 정도 검토해가면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항공사들의 분위기에 맞춰 너도나도 일단 도입하고 보자는 태도인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항공사마다 항공기도 각기 다른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유류비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작 부담을 지게 되는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한 정보나 설명 없이 대략 비슷한 수준에서 할증료 기준을 책정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유류할증료를 요금인상의 수단으로 쉽게 생각해 일단 적용하고 본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저가항공사 모두 유류할증료 도입…금액 기준도 비슷

현재 운영 중인 저가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부터 국내선에 유류할증료 1만2400원(7∼8월 기준)을 요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방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가별로 25단계의 기준을 두고 2개월 단위로 싱가포르 항공유의 평균유가를 체크해 해당 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류할증료 금액은 대형 항공사들의 80% 수준이 되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저가항공사로서는 가장 먼저 출범한 한성항공도 지난달 24일부터 유류할증료를 도입했다. 이달 말까지 적용되는 유류할증료 금액은 1만1000원으로 역시 2개월마다 유가에 따라 변경된 할증료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처럼 기존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유류할증료를 도입하자 신생 저가항공사들도 전부 유류할증료 도입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운항을 시작한 영남에어도 운항과 동시에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적용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할증료는 1만3800원이다.

이와 함께 역시 지난달에 첫 취항에 나선 대한항공 계열 저가항공사 진에어도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할증료는 지난 6∼7월의 평균유가 기준 1만4100원으로, 유류할증료 부과기준 단계표 및 금액이 제주항공과 같다.

◇책정과정 알 수 없는 유류할증료, 항공기 달라도 '비슷비슷'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제선과 달리 국내선의 경우 유류할증료 부과 및 기준이 자율적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마음대로 자체적인 기준을 세워 국내선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 출범하는 저가항공사들에게도 속속 도입되고 있는 유류할증료에는 그다지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항공사들마다 운항하는 항공기에 차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유류할증료 금액 기준은 대부분 별 차이가 없이 비슷한 것.

제주항공의 경우 좌석 규모가 189석 가량의 제트기 B737 기종 외에도 좌석이 74석 정도로 규모가 작은 프로펠러 항공기인 Q400 기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보유 대수는 B737이 2대, Q400이 5대로 Q400이 더 많고, 운항 비율도 그만큼 Q400이 더 많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Q400과 같은 프로펠러 기종의 경우 제트기에 비해 30∼40% 가량 연료가 덜 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연히 프로펠러 기종이 많은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류비 부담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트기인 B737 기종만으로 운항을 시작한 진에어도 유류할증료를 제주항공과 똑같은 수준에서 부과하기로 한 점을 보면, 프로펠러 기종을 사용하는 경우 그만큼 할증료를 더 낮출 여력이 있다는 반증도 된다.

이와 함께 한성항공 역시 약 68석 가량의 프로펠러 항공기인 ATR72 기종으로 운항하고 있다. 한성항공의 경우 유류할증료는 1만1000원(7∼8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편이지만, 대형항공사에서 쓰는 연료비의 3분의 1정도가 소요된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감안하면 그다지 크게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지난달 취항을 개시한 영남에어가 운항하는 항공기도 좌석이 100석 가량인 제트기 포커(Fokker)-100 기종으로, 항공사들이 많이 쓰는 B737기종보다 규모가 적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연료 소모는 200석 가까운 규모에 이르는 B737 기종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유류할증료는 저가항공사 중 가장 비싼 1만3800원(7∼8월 기준)이다.

더욱이 영남에어는 유가 변동분에 대해 어떻게 유류할증료를 부과할 지 별도의 단계별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요금인상 회피수단인가…'대충 만들어 부과하면 끝(?)'

유류할증료의 개념은 분명 오르내리는 유가에 대한 항공사의 지나친 부담을 고려해 요금인상과는 별개로 유가 변동분에 따라 승객에게 합리적으로 이를 부담하도록 한 제도인 만큼, 해당 항공사들의 적절한 연료부담분에 맞춰 기준이 책정돼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그런데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항공기가 다르고 이에 따라 유류비 부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에 맞춰 차별적인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비슷한 경쟁 항공사들에 맞춰 유류할증료를 설정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항공기들의 연료비 부담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또 유류할증료 적용기준은 어떤 요소들이 반영돼 어떻게 책정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정보 없이 항공사들이 제도 도입을 발표하면서 일방적으로 부담만 더 떠안게 된 상황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항공사들의 가격 구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본래 합리적인 제도인 유류할증료의 기준마저 대충 업계의 분위기에 편승해 설정될 경우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유가에 따라 변동은 되더라도 결국 회사의 이익 보전에만 치우친 요금인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게 될 수 있다.

한 저가항공 이용객은 "고유가로 항공사들도 기름값 부담이 늘어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에게 금액 기준의 세부사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제멋대로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고 있어 소비자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기분이 든다"며 "게다가 항공사가 다들 비슷비슷하게 따라가게 돼 결국 저가항공사라는 개념 자체도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회사별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비슷한 수준의 유류할증료에 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항공기의 기름 소모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감안해 책정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정규기자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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