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과태료 3회, 사이트 폐쇄' 추진 논란

2008. 7. 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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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저작권법 개정안 '장관에 폐쇄권한' 독소조항 지적

"법체계 무시한 과잉규제"…시민단체, 삭제 요구

정부가 추진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행정부의 명령만으로 저작권법 위반 온라인 사업자의 서비스를 직권 폐쇄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7일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문화부 장관이 불법복제물을 카페·블로그 등에 올리는 이용자와 게시판 운영자의 계정 삭제를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업체가 이용자 불법행위를 방치할 경우 사이트 접속차단 권한도 문화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개정안은 온라인 사업자가 문화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3회 이상 과태료를 받을 경우, 문화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자의 정보통신망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접속 차단(셧다운)은 사실상의 사이트 폐쇄로, 대상이 되는 사업자에는 피투피·웹하드 업체만이 아니라 포털 등도 포함된다.

이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행정부가 인터넷 사이트를 강제 차단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프랑스 등이 추진 중인 '3진 아웃제'는 불법 내려받기를 한 이용자의 계정을 차단하는 것으로, 입법을 두고 논란 중이다. 문화부의 개정안은 이용자만이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게 한 점이 독소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화·음악산업 등 저작권자 쪽과 정부는 기존 제도의 한계 때문에 '사이트 차단'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높다. 현행 법규로도 악의적 사업자에게 충분히 민·형사 처벌을 할 수 있고 가처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재 도입은 과잉규제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에 조예가 깊은 한 판사는 "행정부가 사법부의 영역인 사이트 폐쇄와 같은 문제의 최종 판단까지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가처분 제도를 이용하면 1주일 안에도 신속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존 규제와 법체계를 무시하고 이해관계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침해는 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미국 법원이 저작권을 침해한 냅스터에 대해 사실상 폐쇄를 판결했다고 알려진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 교수는 "미국 법원이 냅스터에 폐쇄 판결을 내린 게 아니라 저작권 침해 파일전송을 금지한 것"이라며 "이후 냅스터가 유료 서비스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배상액 등을 치르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고 사이트를 자진 폐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명 문화부 저작권산업과장은 "소리바다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7~8년이 걸리며, 음반시장이 죽었는데 정부가 도와준 게 없다. 지금은 영화가 그 지경"이라며 "합법적 사업자와 저작권침해 사업자간의 판별 기준 등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다음달 5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9월 국회에 정부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진보네크워크센터는 21일 논평을 내어 "사법적 판단 없이 행정부가 기본권을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적"이라며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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