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덴' 네이버, 누리꾼 달래기 진땀

입력 2008. 6. 16. 11:01 수정 2008. 6. 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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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친정부" 공격에 해명공지…다음에 역전 당해

"중립 아닌 자기검열" 지적…뒤늦게 적극 보도

'촛불'에 데인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누리꾼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최근 누리꾼들 사이엔 촛불집회의 못자리 노릇을 하는 다음 아고라와 비교해, 네이버에 대해 '친정부적 포털'이라는 비난이 확산돼 왔다.

■ '다급해진'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2일 오후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라는 이례적 공지를 올렸다. "네이버를 향한 오해가 확대되고 있고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며 "현 정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향의 서비스를 하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특정세력에 편향된 정보제공, 글 삭제를 하지 않고 △실시간 급상승검색어 순위 조작을 하지 않으며 △아프리카 사이트 차단은 단순 실수라며, 하루 1600만명 방문자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편향적일 수 없고 내부 기준에 따라서 처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오해에 대해 소통 부족을 돌아보겠다"며 게시판을 통해 누리꾼들의 의혹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촛불집회는 인터넷 판도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뉴스의 페이지뷰는 완전히 역전됐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4월14~20일만 해도 네이버뉴스는 미디어다음을 앞섰지만, 6월 들어서 다음이 11억페이지뷰를 넘기며 네이버를 3억6천만페이지뷰 이상 앞섰다. 일부 누리꾼은 네이버로 된 시작페이지 바꾸기나 네이버 광고 차단방법 배포, 회원 탈퇴 운동 등에 나섰다.

네이버가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누리꾼 반응도 곱지 않다. 네이버가 13일 연 관련 게시판에는 하룻만에 1만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는데 대부분은 해명에 대해 냉소적인 내용이다. 12일에야 시작된 '촛불문화제 현장사진 모으기' 서비스나 초기화면에 촛불집회 관련 정보를 주요하게 배치한 데 대해서도 "다급해진 네이버의 변신"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 '중립성'에 갇히다

이번 갈등의 뿌리는 네이버가 표방한 '중립성'에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언론이 아닌, 정보 유통자"라며, 뉴스 처리에서 중립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대선 때엔 이를 이유로 후보자별 기사를 감추고 정당별로 뉴스를 편집했다. 또한 정치기사의 댓글을 금지하고, 토론방도 일원화했다. 이용자들은 정보 제공과 자유로운 참여를 막는다며 반발했지만, 네이버는 편향성 시비 제거와 이용자 보호를 내세워 이를 고수했다. 민감한 이슈를 외면해온 네이버는 촛불집회 국면에서도 기존 방침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네이버가 선택한 고육책이란 측면이 있지만 공론장 기능을 해야 하는 포털이 지나치게 폐쇄적 공간이 됐다"며 "대중의 폭발적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없게 만들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1위 기업이 갖고 있는 정치적 부담이 과도한 위축으로 이어져 자기검열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언론이 아니라며 '기계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예민한 주제들을 의도적으로 피했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파놓은 해자에 자신이 빠진 셈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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