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배수진..왜?

입력 2008. 6. 6. 22:26 수정 2008. 6. 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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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민간 자율규제 방식으로 쇠고기 대책의 방향을 잡은 정부가 재협상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스스로 완전히 차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일 불교계 원로들과의 오찬회동에서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쇠고기) 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재협상을 하지않겠다고 못박았다. 한마디로 무역을 해서 먹고사는 국가가 국제통상의 금기를 깨는 것은 장사를 안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이번 주 들어 여러 차례 고위급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의 신인도' 등을 내세워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며 민간 자율규제 방식으로 쇠고기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야권은 "재협상을 해야 새 국회에 등원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촛불 민심'도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하고 있어 접점없는 갈등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 "쇠고기 때문에 車.반도체 위험"

이 대통령이 '촛불 민심'의 반발을 무릅쓰고 '재협상 불가'를 못박은 것은 재협상이 경제적 측면에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연간 10억달러의 쇠고기 안전성을 강하게 확보하려다 연간 수출액 457억 달러(2007년 기준) 규모의 우리나라 제2 수출시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지금 재협상을 요구했다 자동차,반도체 등 여타 주력 수출품목에서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 미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자동차 무역이 불공정하다"며 연이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민주당은 각종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측이 쇠고기 교역에서 미국의 요구조건을 들어줬던 것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 등 교역 전반에서의 이점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비등한 재협상론이 자칫 미국에 쇠고기 외에 다른 통상현안을 양보하도록 하는 구실이 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한미 FTA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정부는 걱정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이혜민 FTA 교섭대표는 전날 브리핑에서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강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지만 WTO 회원국으로서 대외 신뢰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재협상을 할 수 없는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이 국제통상 관행상 해서는 안될 재협상을 요구하다 국가 신뢰도가 추락하면 통상 분야는 물론 정치, 군사,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도 외국이 우리나라를 협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려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 야권.시민단체 "재협상 가능하다"

하지만 재협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난 4월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 사항, 즉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아직 고시되지 않은 상태인만큼 재협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합의문 부칙 1항은 새 수입조건의 시행일과 관련, "고시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말해 미국과 합의한 내용을 우리 정부가 국민에게 고시로 알리기 전까지 합의문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물론 4월18일의 합의문이 두 나라 사이 일종의 양해각서(MOU)라해도 구속력이 있는만큼 서명까지 마친 뒤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국민들이 국내법으로서의 발효를 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내용 수정을 위해 다시 협상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민변측 송기호 변호사는 "고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재협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 미국도 현재 상황에서 정상적 한국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만큼, 정부가 계속 재협상을 요구하면 30개월이상 월령 제한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미 수출.수입업계의 자율규제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반입을 막는다고 하지만 미국이 '이력추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놓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검역주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자문위원회는 이날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전면 금지와 도축장 승인권.취소권 확보 등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안전기준을 수입 위생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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